아침에 양말 두 짝을 서둘러 꺼냈는데 짝이 맞지 않아 난처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 종류의 양말로 멋을 내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같은 짝의 양말 두 개를 쉽게 집어들 수 있을까. 무조건 네 개를 꺼내 같은 무늬 두 개를 신으면 된다. ‘비둘기집 원리’라는 간단한 개념과 같은 이치다.
아파트 형태의 비둘기집에 10개의 둥지가 있다. 비둘기 21마리가 여기 살고 있다면 어느 둥지에는 반드시 3마리 이상이 사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세 쌍의 양말 중 네 개를 집으면 같은 짝인 두 개가 반드시 포함된다.
이처럼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호회 첫 모임에 23명의 회원이 참석했다. 이들 중 생일이 같은 두 명이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년은 365일 혹은 366일, 사람은 겨우 23명, 생일이 같은 두 명이 있을 확률은 매우 낮을 것처럼 보인다. 1년을 366일로 가정하더라도 23명일 때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은 약 0.494이므로 2분의 1보다 작다. 즉 생일이 같은 두 명이 있을 확률은 2분의 1보다 크다. 25명이면 생일이 같은 두 명이 있을 확률은 약 57%이다.
좀더 복잡한 상황을 가정해보겠다. 붐비는 커피점에서 6명이 합석했다. 이들 중 서로 아는 3명이 있을까. 단 이들 6명으로는 서로 모르는 3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을 만들 수 없다. 수학은 증명을 통해 확실성을 보장한다. 이 상황을 증명해보자. 사람들을 편의상 1, 2, 3, 4, 5, 6이라고 하자. 1은 3명 이상을 알거나 3명 이상을 모른다. 1이 3명 이상을 안다고 하고 1이 아는 세 사람이 2, 3, 4라고 하자. 만약 2, 3, 4가 서로 모른다면 ‘서로 모르는 3명이 없다’는 가정에 맞지 않으므로 어느 2명, 예를 들어 2와 3은 서로 안다. 그렇다면 1, 2, 3은 서로 아는 3명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1이 3명 이상을 모르는 경우다. 가령 1이 2, 3, 4를 모른다고 할 때 만약 어느 두 명, 가령 2와 3이 서로 모르면 1, 2, 3은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고 이는 ‘서로 모르는 3명이 없다’는 가정에 어긋난다. 따라서 2, 3, 4는 반드시 서로 아는 사이여야 한다. 결국 합석한 6명 중 서로 모르는 3명이 없을 때 서로 아는 3명은 반드시 존재한다.
복권을 살 때도 수학을 알면 도움이 된다. 로또는 1부터 46까지 자연수 중 순서를 고려하지 않고 숫자 6개를 선택해 1등을 결정한다. 많은 사람이 로또를 살 때 ‘명당’을 찾는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가게에서 사면 당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번호를 선택할 때 추첨에서 자주 등장하는 숫자를 정성껏 고르는 사람도 있고 무작위 선택이 최선이라는 사람도 있다.
로또의 전체 경우의 수는 고교 때 배우는 조합으로 표현되는데 기호로 C(45,6)이며 ‘조합 45 6’이라고 읽고 숫자로는 814만5,060이다. 서로 다른 숫자 6개를 써서 로또에 응모할 경우 1등 당첨 확률이 814만5,060분의 1이라는 의미다. 추첨 장치에 부정이 없다면 각 번호 조합의 당첨 확률은 동일하다.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첨자가 여럿일 경우 상금을 나눠 받는 점을 고려하면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번호 모음을 선택해 상금 기대값을 높이는 전략은 유효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지금까지 선택한 번호 조합과 대중의 번호 조합 선호도 데이터가 있으면 좀더 많은 상금을 받는데 유리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수학 지식은 초ㆍ중ㆍ고교 때 배운 것들이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수학은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돕는다. 사회 전반의 합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동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ㆍ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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