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병사 판정시 책임소재 가능성 제기돼
의료계 “백씨 연명의료 중단했어도 병원 책임은 없어”
복지부 “정부가 가이드 라인 정해주는 것 맞지 않아”
외인사와 병사 여부에 대한 백남기씨 사인 논란이 환자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법) 보완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 3일 “백씨는 사망 6일 전부터 급성신부전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유족 뜻에 따라 체외 혈액 투석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백씨의 직접적인 사인은 급성신부전 진행에 따른 심폐 정지로, 이는 병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연명의료 중단으로 인한 사인을 병사로 진단할 경우 교통사고나 백씨처럼 명백히 외부 충격을 받아 임종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하면 책임 소재를 놓고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논란이 확대됐다. 사인이 연명의료 중단에 합의한 환자(가족) 책임인지 병원 혹은 의료진 책임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2월 시행 예정인 연명의료법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ㆍ심폐소생술ㆍ혈액투석ㆍ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연명행위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백 교수 주장에 대해 “주치의 의견을 존중한다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시위 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1년 가까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한 자체가 연명치료라는 것이다. 백남기씨의 경우 연명치료 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책국장은 “백씨는 체외투석을 하지 않아 사망한 것이 아니다”라며 “각종 약물과 의료기기 등을 이용해 연명을 하다가 급성신부전이 발생해 사망했는데 더 이상 무슨 연명치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아 연명의료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도 3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14일 사고 당일에 백 교수가‘연명치료를 하다 보면 장기부전으로 돌아가실 것’이라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그때 다 예상해놓고, 이제 와선‘가족이 연명치료를 거부해 병사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백 교수가 백씨 사인을 연명의료 중단에 따른 병사로 판단한 것과 관련, 환자를 직접 담당한 주치의 입장에서 계속 치료했으면 조금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한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법을 보완해 주자는 주장에 대해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정부가 기준을 정해주는 게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의료계, 정부 등이 참여하는 호스피스-연명의료법 후속조치 민관추진단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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