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관 전망치 줄줄이 하향
금융연구원 3%대 초반 등 국내 기관도 하향 수정 채비
수출·내수 모두 여건 녹록찮아
저물가·저성장 추세 고착화 우려
9일 한국은행이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하향 조정에 동참하면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ㆍ저물가 추세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물가 관리 당국으로서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인 물가 전망을 유지해왔던 한은이 전망치를 0%대로 대폭 낮추면서 디플레이션 공포 또한 증폭되고 있다.
줄줄이 내려가는 성장 전망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내외 주요 전망기관 중 정부보다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은 곳은 없는 실정이다.(그래픽 참조) 유일하게 4%대 성장률(4.0%)을 예측했던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지난 2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2.9%)와 BNP파리바(2.7%), 노무라증권(2.5%) 등 외국계 기관을 중심으로 한국이 올해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내 기관들도 5~6월로 예정된 수정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 전망치를 내릴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3.7%인 성장률 전망치를 다음달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임진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부동산경기 회복의 영향을 받은 건설 부문을 제외하면 소비·지표가 모두 좋지 않아 경기 회복세가 굉장히 완만하다”고 진단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인 경우 올해 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올해 1분기 경제지표 부진을 들어 6월 하향 조정된 성장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3.5%)를 다음달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7%에서 3.4%로 낮췄다.
수출ㆍ내수 모두 전망 불투명
한국 경제를 둘러싼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글로벌 경제 회복 지연으로 대외 여건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수출과 내수 모두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 실적(통관 기준ㆍ전년 동기 대비)은 1월 -0.9%, 2월 -3.3%, 지난달 -4.2%로, 올해 들어 마이너스 성장세가 심화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 원화 환율의 상대적 강세,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진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내수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내수 또한 광공업생산, 소매판매 등 대표적 지수들이 2월 깜짝 반등하긴 했지만 안정적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낙관하긴 이른 상황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전달보다 하락하는 등 심리 부진이 여전한 데다가, 고용시장의 22%를 차지하는 자영업 시장이 위축되고 주 소비층인 40, 50대가 노후를 대비해 지출을 줄이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 세수 부족도 내수 제약의 상시적 요인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한은은 이날 수정 전망치가 올해 세수 부족분이 지난해(10조5,000억원)보다 적은 6조원일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세수 부족 규모가 늘어날 경우 실제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0%대 상승률이 예상되는 저물가 상황 또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복병이다. 한은은 낮은 물가상승률의 주요인을 국제유가 하락으로 돌리고 있지만, 석유류ㆍ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두 달째 하락세이고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은 1년 가까이 하향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은이 전망한 0.9% 물가 상승률은 디플레이션 국면 진입과 다름없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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