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50) 휘문고 감독은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군산상고와 결승전을 앞두고 “부족한 자원이지만 선수들이 잘 해줘서 운 좋게 여기까지 왔다”고 겸손해했다. 휘문고는 1, 2학년이 주축인 팀으로 이번 대회 16강행 정도면 성공으로 평가 받던 팀이다.
그러나 저력의 휘문고가 연장 13회 혈투 끝에 4-3의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2년 만에 봉황대기 패권을 탈환했다. 이로써 휘문고는 2014년 제42회 대회에서 창단 첫 정상에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며 봉황대기와 인연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이명섭 전 감독에 이어 모교 지휘봉을 잡은 이명수 감독은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팀을 정상에 올려 놓았다. 휘문고의 2학년 안우진은 이번 대회 5경기에 등판해 21⅔이닝을 던지며 1승, 평균자책점 0.41의 완벽투로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승부의 끝을 알 수 없던 연장 13회말 공격에서 휘문고는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잡았다. 이어 5번 김재경(3년)이 친 타구는 3루수 옆을 꿰뚫는 적시타. 끝내기안타를 직감한 휘문고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뛰쳐 나가 환호했고, 망연자실한 군산상고 선수들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득달같이 달려 나온 석수철 군산상고 감독은 홈으로 뛰던 휘문고 3루주자 최경호(3년)와 세리머니를 하러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온 휘문고 선수 사이에 접촉이 있었다며 끝내기 득점이 무효라고 주장한 것. 주심과 3명의 선심은 황석만 심판위원장과 장시간 합의 끝에 군산상고의 어필을 받아들여 수비방해를 인정, 휘문고는 축배를 잠시 ‘취소’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같은 팀 주자와 코치가 접촉하게 될 경우 수비방해로 인정된다. 코치 대신 더그아웃에서 나온 선수였지만 같은 맥락으로 적용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속개된 1사 만루에서 휘문고 6번 고명규(3년)는 끝내기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다시 4점째를 뽑아 승리를 재확인했다.
휘문고는 1회말 이정후의 발로 선취점을 뽑았다. 볼넷을 골라 출루한 이정후는 견제 악송구와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3번 김대한(3년)이 친 타구는 평범한 내야 땅볼. 그러나 이정후는 1루에 송구 되는 틈을 타 번개처럼 홈으로 파고들어 군산상고 내야진의 허를 찔렀다. 아버지 이종범(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연상케 하는 기민한 주루플레이였다. 군산상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군산상고는 0-2로 뒤진 3회초 2사 2루에서 1번 성종훈(3년)의 적시타로 추격의 첫 득점을 올린 뒤 4회엔 7번 추승민(3년)의 우월 3루타가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어 5번 임지훈의 내야안타와 실책으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휘문고는 패색이 드리워지던 8회말 박용욱(3년)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3-3 균형을 맞추고 연장 13회말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명수 감독은 “전임 이명섭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어 놓으신 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군산상고는 비록 3년 만의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답게 결승까지 승승장구해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첫 봉황대기 결승전 열기는 뜨거웠다. 군산상고는 관광버스 10대를 동원하는 등 양교 교직원과 학부모, 재학생들 2,500여명을 비롯해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 본보 이준희 사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애국가는 2016 미스코리아 미(美) 이영인이 불렀다. 수원=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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