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저승차사 하정우
“2편은 이야기 더 풍성해져
1편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어
#정우성ㆍ이정재ㆍ주지훈ㆍ마동석과
먼 훗날에 ‘꽃할배’ 찍고 싶어”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하고… 희한하게, 모든 게 조심스러워요.” 배우 하정우(40)가 평소 여유로운 그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신과 함께’ 1편 ‘죄와 벌’(2017)의 1,440만 흥행이 그에게는 비빌 언덕이기보다 넘어야 할 산인 듯했다. ‘신과 함께’ 2편 ‘인과 연’ 개봉을 맞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하정우는 “1편을 못 본 관객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2편은 이야기 결이 다르다”며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자평했다. “사실 저는 1편보다 2편이 더 마음에 들어요. ‘신과 함께’를 선택한 것도 2편의 영향이 컸죠.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만큼 영화가 잘 나와서 흡족합니다.”
‘죄와 벌’은 저승차사 강림(하정우)과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 귀인 자홍(차태현)을 이끌고 저승재판을 받는 이야기였다. ‘인과 연’은 이들 삼차사의 전생과 얽히고설킨 인연을 다룬다. 컴퓨터그래픽(CG)이 빚어낸 스펙터클은 덜하지만 이야기가 한층 풍성하고 쫄깃해졌다. 1,000년 전 고려 장군이었던 강림의 숨겨진 비극도 만날 수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1, 2편 동시 촬영에 도전한 ‘신과 함께’는 ‘연기 귀신’ 하정우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정우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오갔기 때문에 감정을 일관되게 이어가는 게 어려웠다”며 “사전에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 했다”고 말했다. CG로 입혀질 가상의 존재를 상상하면서 연기할 때도 후반작업을 고려해 카메라와 동작을 맞춰 약속대로 연기해야 했다. “다른 영화의 경우 이런 작업이 15% 정도라면 ‘신과 함께’는 거의 90% 이상이었어요. 리허설을 엄청나게 많이 했죠.”
촬영 11개월. 후반작업과 1편 개봉, 또다시 후반작업과 2편 개봉. 실제 작업에만 2년 3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덤덤했다. “영화 찍고, 개봉하고, 무대인사 하고… 작품은 달라도 과정은 매번 똑같아요. 이 과정을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죠.” 무심한 말투지만 무정하지는 않다. 1편처럼 2편도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 개봉한다는 얘기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슬그머니 애정을 비쳤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 개봉 전까지 반년간 긴 휴식기를 가졌다. 그 기간 회화 전시회도 열고, 새 영화 기획도 했다.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친한 친구인 배우 한성천과 민무제가 동행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계획한 여행이에요.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같은 관광 코스로 스케줄을 짰어요. 관광객 틈에 줄 서서 사진도 찍고요. 한국 관광객들 만나서 악수도 많이 했죠.”
인간미 넘치는 하정우 주변엔 늘 사람이 북적거린다. 서울 압구정동에 마련한 그림 작업실은 영화계의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주지훈, 윤종빈 감독 등이 수시로 들른다. 출입문 비밀번호도 공유하고 있다. “한번은 작업실에 갔더니 제가 없는데도 모여서 낮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허허.” 요즘엔 정우성, 주지훈 등과 한강 둔치를 자주 걷는다고 한다. 하정우의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이 출연하는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노장 배우들처럼 오래오래 곁을 나누며 나이 들어 갈 친구들이다. “먼 훗날에 친한 동료들과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그램을 찍어도 좋을 거 같다”는 그에게 누구와 함께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거침없이 답한다. “정우성, 이정재, 주지훈, 마동석.”
하정우는 9월부터 새 영화 ‘클로젯’을 찍는다. 이후엔 ‘백두산’과 ‘보스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고, 겨울엔 지난해 촬영한 ‘PMC’가 개봉한다. 그를 찾는 곳이 여전히 많다. “쉬지 않고 작업하면 왜 소진된다고 여기는지 모르겠어요. 그 과정에서 연마하고 학습하면서 얻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또 작품수가 쌓이면 통찰력도 생기고 작품 해석력도 좋아져요. 주지훈에게도 쉬지 말라고 조언했어요.”
인터뷰로 만날 때마다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으면서 이렇게 일만 해서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듯싶다. 그 말에 하정우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마흔다섯 살 전까지는 할 겁니다.” 왜 마흔다섯 살이냐 물으니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주변에서 가장 늦게 결혼한 사람이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인데요. 마흔다섯 살에 했다고 해서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