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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무상시리즈 충돌음… 당청은 증세 싸고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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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무상시리즈 충돌음… 당청은 증세 싸고 마찰음

입력
2015.02.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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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무상급식·무상보육 재검토" 선별적 복지 굳히고 세수 증대 노려

野 "부자감세 탓 재정건전성 악화… 새누리 엉뚱하게 복지 문제삼아"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말정산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실에서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말정산 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기조에 대해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수정 요구가 거세지면서 조만간 국회 차원의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는 물론 당청간에도 이견이 뚜렷한 상황이라 논의 과정에서 여야간 공방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與 “무상복지 전면 재검토” vs 野 “부자감세 철회부터”

복지 수준과 증세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은 뚜렷이 갈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필두로 한 복지정책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사회안전망도 더 촘촘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취지다. 또 필요한 재원은 법인세를 이명박정부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는 등의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새누리당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논란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파문에서 보듯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복지 확대와 증세를 얘기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4일 무상급식ㆍ무상보육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건 이 때문이다.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선별적 복지 체제를 굳히면서 간접적으로 세수 증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을 예로 들며 “복지과잉으로 인해 국가 재정건전성이 아주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재정건전성 악화의 핵심 요인이 부자감세를 고집했기 때문인데도 엉뚱하게 복지 지출을 문제삼으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부자감세가 서민증세로 이어진 불공평과세와 ‘4자방’으로 대표되는 재정 지출의 극단적 비효율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쏘아붙였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복지체계 개편을 통한 세수 절감에 대해서는 “복지 지출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얼마 안될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그는 여권이 성역으로 여겨온 법인세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복지ㆍ세금문제에 대한 입장이 아직 명확히 정리돼 있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향후 논의 과정ㆍ절차를 두고도 이견이 크다. 새누리당은 정부 내에서 내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4월께부터 당정협의를 통해 여권 내 교통정리부터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당장 국회 내에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靑ㆍ친박계 “與 지도부가 대통령 국정철학 흔들다니…”

여야간 이견 못지 않게 당청간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특히 증세없는 복지 정책기조는 박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자 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란 점에서 이를 지키려는 청와대ㆍ친박계와 이를 수정하려는 새누리당 지도부 사이에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친박계 핵심의원들은 이날부터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한 영남권 중진의원은 “정권교체 상황도 아닌데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정책도 다 자기들 마음대로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많은 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공약 성안에 깊이 관여했던 한 정책통 의원도 “복지ㆍ세금 문제는 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대한 문제인 만큼 당 지도부가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여당이니까 대통령의 생각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라며 “건강한 토론과 논쟁은 언제든 환영하며 그래야 당이 생명력을 얻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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