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공개변론이 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으나 박 대통령 불출석으로 9분 만에 끝났다.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아 첫 변론이 공전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앞으로도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고, 국회 측도 “대통령 출석을 재청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헌재에서의 박 대통령 직접 신문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그동안 헌재 불출석 사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대리인단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이유를 직접 들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법정에 나올 경우 재판관들로부터 직접 신문을 받게 되는 것을 꺼린 때문이라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에서 당사자의 출석은 의무가 아닌 소명할 기회를 갖는 권리이어서 박 대통령의 출석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유를 소상히 제시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피소추인으로서 올바른 자세다.
박 대통령은 정작 법정 출석은 기피하면서 밖에서는 할 애기를 다하고 있다. 지난 1일 갑작스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일체의 의혹을 부인했다.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이 청와대 시설이나 청와대 인력인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동원해 사실상 기자회견을 한 것은 ‘직무정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앞으로도 수시로 언론 간담회나 공개 메시지를 통해 할 말을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쏟아지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도 문제지만 위법논란을 무릅쓰고도 변명의 자리를 계속 만들려는 대통령의 인식이 황당할 뿐이다. 이런 식의‘장외변론’은 헌재와 국민에 대한 모독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1차 변론 모두 발언에서 “헌재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국정 공백을 초래하는 위기 상황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국회와 대통령 측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심판 절차에 계속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헌재는 5일로 예정된 2차 변론에 박 대통령이 출석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피소추인이 직접 출석해 심문에 응하면 절차를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신속심리 의지에 적극 협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자신으로 인해 초래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헌재에 직접 나와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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