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뒤집을 동력 못찾아
강성-수권 정당 야당 가늠 시금석 될 듯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직후 사드 반대 당론화를 공언했지만, 당이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뒤집을 동력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은 탓이다. 사드 문제는 추미애 체제가 선명성을 강조한 강성 야당으로 갈지, 중도 확장에 나선 수권야당으로 갈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
당선 직후에도 사드 반대 당론에 목청을 높였던 추 대표는 취임 이틀 만인 30일 속도조절에 나섰다. 개인 소신보다는 전체 의원들의 중론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서, 사드 신중론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당분간 숨 고르기 하며 공론화 명분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더민주는 31일 예정된 전문가 좌담회 일정도 다음달 5일로 연기했다. 2일 의원워크숍에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 끝장토론을 벌일 수 있지만,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추 대표는 이날 더민주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사드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당내 사드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없었는데 앞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가 신중론으로 선회한 데는 사드 반대 당론을 무작정 밀어붙여 봤자 득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안보는 내팽개쳤냐’는 여권 공세에 말려들 수 있고, 9월 정기국회가 사드 국회로 얼룩지면 야권이 주도할 다른 이슈들이 묻힐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는 점도 부담이다.
추 대표는 이날 서울 가락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 사드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의 참외를 들고 “참외는 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는 사드, 민생은 민생이다”며 사드 문제와 민생 행보를 분리 대응할 뜻을 밝혔다. 추 대표는 사드 대신 민생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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