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수현 기자

등록 : 2018.02.14 04:40

[설 특집] 설 음식 부담스럽다고요? 채식 어때요

비채나 방기수 셰프가 제안하는 ‘채식으로 차린 설 밥상’

등록 : 2018.02.14 04:40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를 총괄하는 방기수 셰프가 ‘채식으로 차린 설 밥상’에 올릴 야채 만두를 빚고 있다. 방 세프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맛있는 한식을 제안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해왔다. 신상순 선임기자

설 명절이니 음식이 차고 넘친다. 예전처럼 상다리가 휘청할 정도는 아니나 여전히 상을 채울 먹거리가 그득하다.

오랜 만에 가족이 모여 맛난 음식을 즐기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건 설 명절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손이나 젓가락이 음식에 가려 해도 곧잘 멈칫하게 된다. 공부하랴, 일하랴 운동 부족으로 몸무게가 늘까 걱정이라 칼로리 계산부터 하게 된다. 체중 증가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고 설 음식을 즐길 방식은 없을까.

설을 맞아 방기수 셰프에게 채식으로 차린 설 밥상을 부탁했다. 향 좋은 능이버섯과 포항초로 속을 채운 야채만둣국, 산더덕과 잘 익은 김장김치를 지져낸 더덕산적, 흑임자 청포묵으로 고소함을 더한 탕평채, 구운 단호박과 엿기름을 넣어 만든 호박식혜로 한 상이 차려졌다. 방 셰프는 잠실 롯데타워 81층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비채나의 주방을 총괄하고 있다. 비채나는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미쉐린 가이드 1스타 식당에 선정됐다.

비채나의 방기수 세프가 설을 맞아 채식으로 차린 한 상을 차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흑임자 청포묵을 넣은 탕평채, 구운 호박을 이용한 호박식혜, 산더덕과 김장김치로 만든 더덕산적, 향 좋은 채소로 속을 채운 야채만둣국. 신상순 선임기자

말린 표고가 생 표고보다 비싼 이유는?

방 셰프에 따르면 채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이다. 원래 채식을 해왔던 사람과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을 선언한 사람 간에 가지고 있는 ‘기억’이 다르다는 것. “전자의 경우 채소의 맛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그러나 후자는 육류나 해산물의 강렬한 감칠맛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채소를 그냥 조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후자들을 위해 방 셰프가 제안하는 ‘한식으로 맛있게 채식하기’의 첫 번째 방법은 제철 채소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채소의 맛이 가장 진해지는 시기를 잘 살펴야 합니다. 더덕 같은 경우 지금이 철이에요. 추운 겨울 언 땅을 깨고 캔 산더덕은 영양이 풍부해 동삼(冬蔘, 겨울의 삼)이라고도 불립니다” 철을 맞은 산더덕의 맛과 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그가 사용한 방법은 말렸다 불리는 것이다. 더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뒤 더덕은 말리고 껍질은 물에 끓여서 우려낸다. 말린 더덕을 껍질 우린 물에 다시 넣고 1시간 가량 불린다. 이렇게 하면 씹히는 감촉과 향, 풍미 모든 것이 올라간다. “말린 표고버섯이 생표고보다 더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말렸다 불렸을 때 나오는 독특한 풍미가 있거든요. 버섯이나 더덕을 주요리로 내세울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방 셰프는 불린 더덕과 잘 익은 김장김치를 이용한 더덕산적을 선보였다. 지짐 재료로는 계란 대신 곱게 간 녹두를 썼다. 육류나 생선뿐 아니라 계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채수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멸치육수나 닭육수와 달리 채소를 우려낸 물은 음식에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맛을 더한다. 방 셰프는 다시마, 대파뿌리, 말린 우엉, 연근, 표고버섯 밑동, 월동무 등 다양한 채소들을 우려 밥을 지을 때, 국을 끓일 때, 반죽을 할 때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뿌리 특유의 깊은 맛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채소라도 뿌리에서 나오는 맛은 조금 달라요. 대파뿌리를 구우면 그 맛은 한층 더 깊어집니다. 채식의 단점이 심심함이라면 장점은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 맛인데, 그 맛에 깊이를 더하는 것 중 하나가 뿌리예요.”

여러 채소를 푹 우린 물은 만둣국에 사용됐다. 여기에 떡국 대신 쌀가루를 익반죽해 기름에 지진 떡을 넣었다. 고추도 한 번 지져서 넣었다. 세 번째 방법인 기름이다. “고기의 기름진 감칠맛에 길들여지면 아무래도 채소 맛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어요. 이때 사용하는 게 기름입니다. 재료를 기름에 한 번 지져서 사용하면 그 맛이 국물에 녹아 들면서 감칠맛이 올라가요. 채식에서 특히 포만감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방법입니다.”

채소만으로 속을 채운 만두는 자칫 맛이 밋밋해질 수 있다. 여기에 향이 강한 능이버섯과 포항초를 넣으면 보다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맛있는 채식으로 포만감까지

이외에도 채소만으로 풍족한 맛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방 셰프는 간장에 유자즙과 유자청을 넣어 만든 상큼한 유자간장, 청포묵에 흑임자를 가미해 고소한 맛을 더한 흑임자 묵 등을 소개했다. 맛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공통점은 손이 많이 간다는 것. “일반 가정에서 그대로 재현하기엔 무리인 것들이 있죠. 하지만 (채소를) 굽거나 말릴 때 맛이 진해진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채식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채식 문화의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에서 맛있는 채식을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방 셰프는 한식을 채식화할 때 고급화가 어려운 원인 중 하나로 가격에 대한 저항을 들었다. “전복이나 한우는 손님들이 재료가 가진 기본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없어요. 그러나 채식의 경우 ‘채소값이 얼마나 한다고’란 생각에 반감이 들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고기나 생선 맛에 뒤쳐지지 않는 채식 요리를 만들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 만드는 법

* 채소의 맛을 끌어올리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 비채나의 레시피를 그대로 썼다. 가정에서는 취향에 따라 재료나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탕 평 채

흑임자 청포묵과 유자간장으로 다채로운 맛을 더한 탕평채. 신상순 선임기자

흑임자 묵

흑임자 60g, 청포묵 가루 40g, 칡 전분 15g, 물 500ml, 소금 1g, 포도씨유 5ml

1. 흑임자를 약불로 달군 팬에 볶아서 절구에 넣고 곱게 빻는다.

2. 물 500ml에 빻은 흑임자를 넣고 1시간 불린 후 면포를 이용해 짠다.

3. 2에서 준비한 물에 청포묵 가루, 칡 전분을 넣고 1시간 숙성 후 체에 내린다.

4. 자루 냄비에 3에 준비한 재료를 넣은 후 묵이 응고 되도록 약불에서 천천히 저어준다. 완전히 응고되면 뚜껑을 덮고 가장 약한 불로 5분간 뜸을 들인다.

5. 뜸을 다 들이면 포도씨유와 소금을 넣고 잘 저은 뒤 틀에 넣고 굳혀 완성한다.

유자 간장

유자즙 10ml, 유자 청 10g, 양조간장 10ml, 양조 식초 5ml, 맛술 10ml

1. 준비된 재료를 모두 섞은 뒤 체에 거른다.

탕평채

흑임자 묵 40g, 미나리 10g, 애호박 20g, 표고버섯 20g, 숙주 20g, 돈나물 10g, 세발 나물 10g, 양파 장아찌 20g, 유자 간장 15ml

1. 흑임자 묵을 길이 5㎝, 폭 0.5㎝의 막대 형태로 썰어서 끓는 물에 데친다.

2. 미나리를 4㎝ 길이로 자르고, 숙주는 거두절미하여 살짝 데친다.

3. 표고버섯은 0.3㎝ 두께로 채 썰어 살짝 볶는다.

4. 애호박을 돌려깎기한 뒤 얇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볶는다.

5. 양파 장아찌는 결 방향으로 얇게 채 썬다.

6. 돈나물과 세발나물은 거친 줄기 부분을 떼어 낸다.

7. 믹싱 볼에 준비된 모든 재료를 넣고 유자 간장에 버무려 접시에 담는다.

◇산더덕 산적

철을 맞은 산더덕과 잘 익은 김장김치로 지져낸 더덕산적. 신상순 선임기자

녹두 반죽

녹두 50g, 물300ml, 소금2g

1. 녹두를 물 300ml에 넣고 8시간 이상 불린다.

2. 녹두 불린 물을 버리지 않고 체에 걸러 보관 후 껍질을 깨끗이 제거한다.

3. 완전히 거피된 녹두를 불린 물과 함께 착즙기에 2번 내려서 묽은 반죽 형태가 되면 소금을 넣고 완성한다.

더덕 산적

산더덕 100g, 숙성 김치 100g, 쪽파 30g 새송이 버섯 50g, 녹두 반죽 100g, 밀가루 5g

1. 산더덕을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건조한 뒤 물에 넣고 끓인다.

2. 깐 더덕을 길게 4등분으로 쪼개서 실온에서 12시간, 또는 야채 건조기를 이용하여 건조 시킨 후 1에서 준비한 더덕껍질 우린 물에 넣고 1시간 불린다.

3. 김치는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줄기 부분을 폭 1.5㎝, 길이 7㎝로 자른다.

4. 쪽파는 7㎝ 길이로 자르고 새송이버섯도 길이 7㎝, 폭 1.5㎝의 막대 형태로 자른다.

5. 나무 꼬치에 더덕, 김치, 쪽파, 새송이버섯을 두 번 반복해 꽂는다.

6. 5에서 준비한 산적에 재료 사이사이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 후 녹두 반죽을 입혀 팬에 노릇하게 지진다.

7. 지져낸 산적의 나무 꼬치를 빼 가장자리를 칼로 자르고 접시에 담는다.

◇야채 만둣국

능이버섯과 포항초 등 향이 강한 채소들로 소를 채워 만든 야채만둣국. 신상순 선임기자

만두 피

박력분 1컵, 강력분 1/2컵, 옥수수 전분 1/2컵, 얼음 110g, 물 110g 소금 1t, 설탕 1t

1. 박력분과 강력분, 옥수수 전분을 잘 섞어 체에 2번 내린다.

2. 물 110g에 소금과 설탕을 넣어 녹이고 믹싱볼에 1에서 준비한 재료를 넣어 섞는다.

3. 2에 얼음을 넣고 잘 섞으며 반죽한다. 얼음이 완전히 녹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게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서 12시간 이상 숙성한다.

4. 반죽을 밀어서 지름 10㎝ 내외 크기의 피를 만들어 만두 소를 넣고 만두를 빚는다.

만두 소

능이 버섯 100g, 양배추 100g, 포항초 50g, 부추 50g, 애호박 50g, 대파 3g, 마늘 2g, 양조 간장 5ml, 소금 1g, 후추 약간, 참기름 3ml

1. 능이버섯을 손질하여 가늘게 채 썬다.

2. 양배추는 1㎝ 폭으로 나박 썰어 데친 후 면포로 물기를 짜고 포항초는 데친 후 물을 꼭 짜서 준비한다.

3. 애호박은 돌려깎기 한 후 채 썰어 소금에 절인다.

4. 대파와 마늘을 곱게 다진 후 위 재료를 모두 섞어 만두 소를 완성한다.

야채 육수

대파 뿌리50g, 우엉10g, 다시마5g, 표고 밑동 10g, 무 20g, 물 2L, 통 후추 5ea.

1. 우엉을 깨끗이 씻은 후 2cm 길이로 잘라서 실온에 2일간 말린다.

2. 대파뿌리는 숯불에 구워서 준비한다.

3. 냄비에 물과 위의 준비한 모든 재료를 넣고 약불에서부터 천천히 온도를 올린다. 끓기 직전에 다시마를 빼낸다.

4. 완전히 끓으면 10분간 유지 후 가장 약한 불에서 30분간 뜸 들이듯이 온도를 유지 후 체에 걸러서 하루 정도 숙성한다.

◇단호박 식혜

구운 단호박과 엿기름으로 맛을 더한 단호박 식혜. 신상순 선임기자

단호박 범벅

단호박 1개(350g 내외)

1. 단호박을 반으로 갈라 씨를 제거 후 오븐에 구워 완전히 익힌 후 체에 곱게 내린다.

단호박 식혜

엿기름 400g, 물 4L, 불린 맵쌀 200g, 물 180ml, 단호박 범벅, 설탕 35g, 소금 1g

1. 엿기름과 물 4L를 넣고 수화 시킨 뒤 하루 정도 숙성 후 윗물만 면포에 거른다.

2. 불린 쌀과 물 180ml를 넣고 고들 밥을 짓는다.

3. 60도의 저온에서 1과 2를 넣고 4~6시간 유지한 뒤 밥알이 10개 이상 위로 뜨면 다시 체에 잘 거른다.

4. 냄비에 3에서 준비한 식혜와 단호박 범벅, 설탕, 소금을 넣은 뒤 끓으면 약불에서 20분간 유지하여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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