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는 소리의 길이 즉 장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말들이 많이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사람의 ‘눈’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이름의 성씨에도 장단음이 있어 같은 한글 성씨라도 소리의 길이가 다른 경우가 많다.
먼저 김(金)씨 다음으로 많은 인구의 성씨인 이(李)씨는 길게 [이:]로 발음한다. 그러나 같은 한글 성씨지만 이(伊)씨와 이(異)씨는 짧게 [이]로 발음한다.
정(鄭)씨는 길게 [정:]으로 발음하지만 정(丁)씨는 짧게 [정]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정의화(鄭義和) 전 국회의장의 이름은 [정:의화]로 발음하고 정세균(丁世均) 현 국회의장의 이름은 [정세균]으로 발음한다.
조씨 성도 한자에 따라 소리의 길이가 다르다. 조(趙)씨는 장음으로 발음하지만 조(曺)씨는 단음으로 발음한다. 그래서 조선의 문신이자 의병장인 조헌(趙憲)은 [조:헌]으로 발음하고 조선 성리학의 거두인 남명 조식(曺植)은 [조식]으로 발음한다.
임씨의 경우도 임(林)씨와 임(任)씨의 소리 길이가 다르다. 임(林)씨는 짧게 발음하고 임(任)씨는 길게 발음한다. 그래서 조선 순조 때 우의정을 지낸 임한호(林漢浩)는 [임한호]로 발음하고 조선 중종 때 공조판서를 지낸 임유겸(任由謙)은 [임:유겸]으로 발음한다.
이외에 길게 장음으로 발음하는 성씨로 송(宋)씨, 심(沈)씨, 채(蔡)씨, 공(孔)씨, 변(卞)씨, 신(愼)씨, 마(馬)씨, 맹(孟)씨 등이 있다.
성씨는 혈족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고유의 칭호인 만큼 성씨마다의 소리 길이를 정확히 구분해 발음해야 한다. 자기 이름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 먼저 자기 성씨의 장단음부터 정확히 알고 발음하자.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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