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 보수층과의 기선잡기 싸움을 시작했다.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과의 공조대열에서 이탈할 것을 우려, 대선 전부터 견제구를 던져온 미국 보수 언론에게 한국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반론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외교참모이자 차기 주미 대사 등으로 거론되는 정의용 전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 명의의 반론 기고문을 게재했다. 정 전 대사는 기고문에서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인 8일 이 신문이 게재한 ‘문재인 후보가 역전 당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사설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정 전 대사는 우선 이 신문이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주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 목표라고 주장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여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미래를 향한 양국의 공통 관심사를 확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 보수층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및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대북 협력 재개에 필요한 첫 번째 단계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전 대사는 미국 보수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WSJ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사드 비용분담 발언)이 한국 대선에서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런 주장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과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민주주의가 실현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펴며 미국에 대해 자주적 입장을 취했던 과거 노무현 정부의 입장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정 전 대사는 또 전임 박근혜 정권을 부패ㆍ적폐집단으로 규정하는 한편, 한국의 보수집단이 북한을 이용해 문 대통령의 집권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국민은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확고하게 지킬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