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비리ㆍ분식회계에서 외연확대 2라운드 수사 본격화
강만수, 산은 수장으로 재임 시기 남상태ㆍ고재호 사장과 겹쳐
수조원 회계사기 묵인 의혹도
MB정부 인사들 수사확대 예고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파헤치던 검찰의 칼이 드디어 산업은행을 겨누기 시작했다. 그 동안 대우조선 내부의 경영비리와 분식회계(회계사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대우조선과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산은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수사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6월 8일 시작된 대우조선 비리 수사가 약 2개월 만에 제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됐다.
첫 타깃은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다. 그는 이명박(MB)정부 후반기인 2011년 3월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올라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물러났다. 재임 시기가 이미 구속기소된 대우조선의 두 전직 사장들과 겹쳐 있어 애초부터 검찰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남상태(66) 전 사장은 2006년 3월~2012년 3월, 고재호(61) 전 사장은 2012년 3월~지난해 5월 대우조선 사장을 지냈다.
검찰은 대우조선 비리 수사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산은 수장’의 지위를 이용, 대우조선 측에 “내 지인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주거나 투자를 하라”고 부당한 지시를 내린 정황을 포착했다. 그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W건설은 대우조선건설로부터 일감을 집중 수주해 2011년 1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이듬해 43억원, 2013년 33억 8,700만원, 2014년 66억원 등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강 전 사장과 친분이 깊은 인사들이 주주 또는 투자자로 참여한 바이오업체 B사의 경우, 재무상태가 극히 악화한 상태였는데도 2011년 9월 이후 대우조선 본사 및 계열사들로부터 지분투자ㆍ연구개발(R&D)비 등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대우조선 측이 보유한 B사 주식은 지난해 전액 손실처리돼 결국 휴짓조각이 됐다. 대우조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과 의무를 지닌 그가 본연의 업무보다는 자신의 사익(私益)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대단히 나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대우조선에서 수조원대의 회계 사기와 경영 비리가 아무런 견제 없이 자행될 수 있었던 것이 이러한 ‘특혜 제공’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이 적극적으로 묵인 또는 방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강 전 회장의 개인비리 성격이 강하지만, 결국에는 대우조선과 산은의 조직적인 공모를 밝히는 쪽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MB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대통령실 경제특보 등을 지낸 대표적인 ‘MB맨’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사가 MB계 인사들을 향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 전 회장의 전임인 민유성(62) 전 회장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2008년 말~2009년 초, 대우조선이 민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가 운영하는 홍보대행사와 3년간 20억원의 이례적인 고액 계약을 맺은 사실(본보 6월 30일자 13면)을 확인, 해당 계약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 중이다. 아울러 강 전 회장의 후임인 홍기택(64) 전 회장 또한 대우조선 비리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대우조선 임직원들을 줄소환해 대우조선 경영진과 산은 수뇌부와의 유착관계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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