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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노동자 후보 김득중

입력
2014.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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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생인 그는 평택 토박이다. 9남매 중 막내로 “동네 궂은일을 다 맡아 하던” 스물세 살 터울의 큰형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 고교 졸업하고 군대 다녀와 93년 쌍용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현장에서 불합리한 것들이 눈에 보여” 노동운동을 시작했고, 2009년 노조 조직실장을 맡아 정리해고에 맞선 77일간의 파업을 이끌었다. 정혜윤 CBS PD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26명을 인터뷰해 펴낸 그의 슬픔과 기쁨에서 그를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썼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얘기다.

▦ 김 지부장이 7ㆍ30 재보선 경기 평택을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름하여 ‘무소속 진보단일 노동자 후보’다. 정의당 통합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야4당이 지지를 선언했고, 조국 서울대 교수가 후원회장을 맡는 등 진보진영 인사들이 대거 힘을 보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왜 출마했느냐는 물음에 “이젠 정말 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약속했던 쌍용차 국정조사는 어디로 갔나. 약속이라는 말만 들어도 천불이 난다”는 그는 “직접 정치를 바꿔 등에 박힌 고통의 표창을 뽑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

▦ 노동자와 그 가족 25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날로 피폐해져 가는 우리사회 약자들의 삶을 응축한 통점(痛點) 같은 것이다. “쌍용차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사회의 산적한 부당함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는 김 지부장의 말에 수긍하는 이유다. 정리해고제 폐지나 기업살인죄 신설 같은 일부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의 삶을 나락으로 내모는 과도한 손해배상ㆍ가압류를 제한하자는 등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그는 “당선을 목표로 완주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여의 투쟁과 읍소로도 뚫지 못한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정 PD의 문장을 빌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 중 일부라도 현실로 만들어 보길 선택”한 용기를 응원한다. 평택에 살지 않더라도, 평생 해고 같은 거 당할 일 없다고 자신하더라도, “함께 살자!”고 외치는 우직한 노동자후보의 말에 한번쯤 귀 기울여 보기 바란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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