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 악순환 가능성, 출산·보육 등 특단의 대책을
수능 출제오류로 불신 고조, 입시 체제 전반 재검토 나설 때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복지ㆍ교육ㆍ노동 정책은 악몽에 가까웠다는 평가다. 정책들은 겉돌았고,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했다. 내세울 만한 정책이 없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00명의 대학교수,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종합적인 직무수행을 평가한 결과, 부정적 평가가 무려 80%(238명)에 달해 낙제점인 D학점을 매겼다고 밝힌 것도 이를 대변한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좀더 귀를 기울여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남은 임기 3년 동안 평가가 반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정책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파동에 이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둘러싼 혼선까지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또 다른 파동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기조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135조원에 달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증세 없이는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게 여야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약속은 했으나 돈이 부족한 탓에 대표적인 복지 공약이었던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은 대폭 축소되거나 후퇴했다. 여기에 담뱃값 인상을 두고 ‘꼼수 증세’라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정책을 추진할 동력마저 떨어졌다. 국민 과반이 “향후 복지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세금 부담 의향이 있다”(본보 23일자 1면)고 밝힌 만큼 집권 3년 차를 맞아 증세에 대한 입장 변화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전체적인 사회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전에 출산, 산후조리, 보육까지 나라가 책임질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교육분야는 뚜렷한 성과 없이 혼란과 갈등만 지속됐다는 평가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논란과 국정화 검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자율형사립고 폐지를 둘러싼 교육감과의 갈등,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잇단 출제 오류 문제 등은 우리 사회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때문에 남은 3년은 혼란과 갈등을 줄이고 ‘박근혜 표 교육 브랜드’를 내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혼란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 말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지방채 이자분을 정부가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매년 이런 식의 합의를 반복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확보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입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14학년도에 이어 2015학년도 수능에서도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서 수능 체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이다. 교육부는 수능개선위원회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지만 현재의 틀을 유지할 경우 또다시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2018학년도엔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이 예고된 만큼 수능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박근혜 표 교육정책이 뭔지 애매하다”며 “어떤 부분에서 성과를 낼 것인지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동분야에선 사회안전망 구축과 비정규직ㆍ정규직 간 임금 격차 축소 등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과 노동시장 체질 개선을 추진했으나 모두 성공하진 못했다. 고용은 확대됐지만 50대 이상 장년ㆍ노년층이 질 나쁜 일자리를 얻은 결과였고,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인 9%에 달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다음 달 최종 결론이 내려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노동계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55세 이상 파견 허용 업종을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이 대책에 대해 노동계는 “4년마다 해고가 반복돼 노동시장이 하향평준화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윤택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내수시장 침체로 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격차 완화, 근로빈곤층 축소 등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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