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우리나라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미수교국 쿠바를 방문, 5일(현지 시간)쿠바 외교장관과 사상 첫 공식회담을 가졌다. 60년 가까이 단절된 한_쿠바 관계가 정상화로 향하는 길목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만하다. 윤 장관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의 75분에 걸친 회담 후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쿠바의 ‘형제국’ 북한과의 관계가 있어 속단하기 어렵지만 양국 외교관계 회복 전망이 밝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 장관의 이번 쿠바 방문은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옵서버 국가 자격으로 초청 받아 참석하는 형식이었다. 이미 조태열 외교부 제2 차관이 참석한 상태였음에도 윤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수행한 뒤 현지에서 쿠바로 달려갔다. 쿠바 정부의 분위기가 기대 이상임을 파악하고 양국관계 회복에 의욕을 보인 것이다. 미수교 상태임에도 쿠바 정부는 윤 장관에 대해 의전 등 여러 면에서 배려를 했다고 한다. 우리 못지 않게 쿠바 정부도 우리와의 국교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우리와의 교류를 끊었다. 대신 북한과는 1960년 수교 이래 ‘형제국가’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들어왔다. 하지만 2005년 우리 코트라가 아바나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한 뒤 양국간 무역이 꾸준히 증가추세다. 최근에는 우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등 한류 바람과 함께 지난해 쿠바 여행 한국인이 7,500명에 이르는 등 인적 교류도 늘고 있다. 미국_쿠바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것도 한-쿠바 관계 개선에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북한 변수는 여전하다. 북한은 지난달 통전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쿠바에 파견하는 등 쿠바와의 관계유지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쿠바 정부가 이번에 한_쿠바 외교장관 회담 일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비공개로 했던 것도 북한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북한은 자신들의 전통적 우방인 이란, 우간다에 이어 쿠바에까지 우리 정부의 외교 공세가 펼쳐지는 것에 큰 압박과 충격을 느낄 게 틀림 없다. 북핵 의지를 꺾기 위한 전방적인 압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토끼 몰이식 공세의 역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봉쇄보다 국제 무대로 이끄는 게 올바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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