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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한국 자본’ vs ‘한국 기술’ 골프공 소송전

입력
2017.03.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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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침해ㆍ허위 광고로 손해봤다”

타이틀리스트 ‘협박성 서한’ 보내자

수입판매한 코스트코 소송 제기

골프공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왼쪽)와 골프용품 업체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왼쪽)와 골프용품 업체 타이틀리스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를 장악한 한류가 이제 미국 골프산업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 자본과 기술력 때문에 촉발된 미국 최대 유통업체와 최대 골프용품 업체 간 골프공 분쟁이 소송전으로 확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과 골프페이튼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양판점 코스트코(Costco)가 최근 미국 시장점유율 1위 골프용품 업체인 타이틀리스트(Titleist)의 모회사(Acushnetㆍ아쿠쉬네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언론들은 아쿠쉬네트가 ‘특허권 침해와 허위ㆍ과장 광고로 손해를 입었다’며 코스트코에 보낸 ‘협박성 서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쿠쉬네트는 2011년 ‘필라코리아’ 신화로 유명한 윤윤수 회장 주도로 한국 자본이 합작해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1,180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하는 코스트코가 기업 평판 악화를 무릅쓰고 소송에 나선 배경에는 한국 골프산업의 뛰어난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분쟁은 코스트코가 지난해 한국 업체 ‘낫소’(Nassau)가 납품한 공을 자신들의 ‘커크랜드’(Kirkland)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공 24개 한 박스 제품을 29.99달러, 즉 개당 1.25달러에 팔았는데 ‘대박’을 쳤다. 타이틀리스트 주력제품 ‘프로V1’(개당 4달러)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인데도 품질은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품절사태가 벌어졌고, e베이에는 중고 ‘커크랜드’ 골프공만 취급하는 별도의 코너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타이틀리스트 공과 한국 낫소가 제조한 커크랜드 공의 품질을 비교하기 위해 공을 자른 단면. 자료: mygolfspy.com
타이틀리스트 공과 한국 낫소가 제조한 커크랜드 공의 품질을 비교하기 위해 공을 자른 단면. 자료: mygolfspy.com

‘커크랜드’ 골프공 돌풍 확산을 우려한 타이틀리스트의 모회사 아쿠쉬네트는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경고 서한을 보낸 것이다. ‘낫소’ 공이 타이틀리스트 특허 11개를 위반했고, 품질이 자사 제품과 같거나 오히려 높다는 광고는 허위ㆍ과장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 자본이 경영하는 골프용품 업체와 한국 업체가 만든 제품을 판 업체의 소송에 대해, 미국 언론은 코스트코 편을 드는 분위기다. 골프공의 특허가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논리다. 공 표면의 홈의 개수, 재질과 강도 등이 바뀔 때마다 출원되는 등 ‘특허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타이틀리스트에서 공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든 딘 스넬은 “골프공 특허가 터무니없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11개 특허 위반을 주장하는 타이틀리스트는 총 2,577개 특허를 갖고 있다.

커크랜드와 타이틀리스트 제품의 품질 비교 영상 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
커크랜드와 타이틀리스트 제품의 품질 비교 영상 화면. 유튜브 영상 캡처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송 전망에 대해 “군소업체에 소송을 걸던 타이틀리스트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고 예상했다. 코스트코가 양질의 저가 골프공을 추가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점을 소개하며, 소송 결과에 따라 이미 ‘테일러메이드’(TaylorMade) 브랜드가 찍힌 골프공을 생산해온 낫소가 코스트코에 추가 납품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암시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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