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남자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에 돈을 걸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전 감독은 자신이 지난 시즌 지휘했던 부산KT가 큰 점수차로 패배하는 쪽에 수억 원을 걸고 고의로 진 뒤 고배당을 챙긴 혐의다. 그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나 우승을 일궈내고 감독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선수들의 승부조작을 감시해야 할 지도자가 직접 비리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일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직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유명 감독이 또다시 비리에 연루된 사실만으로도 농구계는 물론 스포츠팬들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강동희 전 동부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게 불과 2년 전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당시 교육강화와 신고시스템 구축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10개 구단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팬들에게 사과하고 깨끗한 경기운영을 다짐했다. 하지만 KBL의 자정노력은 결국 말뿐이었음이 확인됐다.
승부조작은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2011년 프로축구로 시작된 승부조작 파문은 이듬해 배구와 야구로 이어졌고 농구도 피해가지 못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에 연루되는 오명을 안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이 최근 들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던 와중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 승부조작으로 수감됐던 세력들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 선수와 감독에게 다시 접근하는 움직임마저 있다고 한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더욱이 프로스포츠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와 감독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침으로써 관중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검은 돈에 눈이 어두워 승부를 조작하는 것은 팬들을 우롱하고 배반하는 짓이다. 프로스포츠의 존립 이유를 부정하는 승부조작은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우선 승부조작의 온상인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단속부터 선행돼야 한다. 현재 1,000여 개 사이트가 성업 중인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은 연간 10조원 규모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적발될 때마다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다.
각 종목의 프로구단과 연맹 등도 승부조작 예방과 차단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판에 박은 사과와 자정결의만으로는 승부조작 관행을 근절할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학원스포츠의 아마추어리즘을 되살리는 일이다. 인격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중ㆍ고교 선수시절부터 실력보다 돈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풍토에서 자라난 프로선수가 승부조작이나 돈의 유혹을 피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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