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존 킨 지음ㆍ양현수 옮김
교양인 발행ㆍ3만9,000원ㆍ1152쪽
민주주의라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민중지배, 곧 데모크라시(Democracy)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이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은 데모크라시가 아니라 이소노미(Isonomy)로서의 민주주의를 얘기한다. 이소노미란 서로 지배하지 않는 통치를 말한다. 호주 정치학자가 10년을 들여 썼다는 이 책은, 21세기 민주주의가 선거민주주의를 넘어 이소노미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하면서, 그것에다 ‘파수꾼 민주주의(Monitory Democracy)’란 이름을 붙여뒀다. 동시에 민주주의가 아테네에서 발원한 서구 고유의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일반적 현상이었다고 주장한다. 서구민주주의에 대립되는 ‘아시아의 억압적 전제주의’를 부인한다. 참신하긴 해도 아주 새롭다고 말하긴 어려운 주장인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내놓는 주장보다 민주주의의 세부적인 디테일을 눈 앞에 그려 보이듯 줄줄 읊어대는 입담이다. 발군의 수다력 때문에 읽다가 잠시 고개 들어보면 100쪽 정도는 훌쩍 넘어가 있다. ‘민주주의 대백과사전’으로 읽기에 좋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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