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이동한 30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사회의 인도주의적 난민 수용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미얀마에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로힝야’란 단어는 이번에도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은 이날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도착해 한 연설에서 “방글라데시 사회는 라카인주에서 온 대규모 난민 유입에 인도주의적인 도움을 제공했다”라며 “임시 보호소와 생활을 위한 기본요소를 제공해 온 것은 결코 작은 희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촌에 머무는 여성과 아이가 대부분인 형제자매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했다.
교황은 이번 연설에서도 로힝야 난민을 지칭하면서 ‘라카인주에서 온 난민’이라는 표현을 사용, ‘로힝야’라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로힝야는 미얀마에서는 정치적 논란이 있는 표현이기 때문. 불교가 다수인 미얀마 사회는 로힝야족을 ‘벵갈리’라고 표현하며 무슬림이 대부분인 방글라데시인이 라카인주로 이주해 넘어 온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얀마의 기독교 대표자들은 미얀마 불교도로부터 기독교 사회가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면서 ‘로힝야’란 표현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바티칸에 전했다. 그렉 버크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외교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도덕적 권위를 잃지는 않았다”며 동남아시아 방문의 목적은 “다리를 잇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12월 1일 대규모 미사 집전을 앞두고 있으며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와 면담하고 로힝야 난민도 만날 예정이다. 교황은 로힝야 난민 문제 외에 방글라데시에 일부 존재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파들이 기독교인이나 외국인, 성소수자 등에게 차별과 테러를 가하는 현실을 지적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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