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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팔려가는 브라질 당나귀…‘이게 최선?’ 논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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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팔려가는 브라질 당나귀…‘이게 최선?’ 논쟁 확산

입력
2018.04.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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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케냐 나록에서 당나귀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케냐에도 중국 수출을 위한 도축장이 들어서 있다. 나록=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케냐 나록에서 당나귀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케냐에도 중국 수출을 위한 도축장이 들어서 있다. 나록=AP 연합뉴스

브라질의 빠른 경제성장이 과거 이 나라 화물운송을 책임진 당나귀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토바이와 화물차의 급속한 보급으로 설 자리를 잃은 수 백만 마리의 브라질 당나귀를 대거 도축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나귀가 많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당나귀의 운명을 둘러 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논쟁은 한 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수확물을 운반하는 수단으로 각광 받던 당나귀가 오토바이 보급으로 더 이상 쓸모 없어지게 되면서 생겨났다.

당나귀를 물 긷는 용도로 썼다는 에리발도 노브레(53)는 “지금은 아무도 당나귀가 태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문명의 발달은 당나귀를 가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길 잃은 당나귀들이 도로에 나타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오히려 성가신 존재로 평가 받기도 한다. 고이스 알메이다(40)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당나귀와 관련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브라질 정부는 당나귀를 도축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바히아 지역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소규모 도축장을 만든 데 이어, 올 들어서는 아포디 지역에도 두 번째 도축장을 세웠다. 브라질 당국의 조치에 중국은 크게 반기고 있다. 중국 양귀비도 먹었다는 ‘천하의 명약’인 당나귀 가죽 아교의 원재료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13억 인구의 ‘명약’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당나귀를 아프리카에서 수입했는데, 최근 가격 급등은 물론이고 멸종 우려에 따른 국제적 비난까지 받아왔다.

하지만 당나귀 대량 대중 수출이 성사될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브라질 내부에서 당나귀를 북동부 지역 상징동물로 규정해, 이를 보전해야 한다는 온정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에서 도로 관리자로 일하는 이고르 바스 콘 셀로스 폰테는 “다른 지역 브라질 사람들이 당나귀가 많은 북동부에 오면 당나귀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며 “호주하면 캥거루를 떠올리듯 여기선 당나귀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축 대신 당나귀 젖을 이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상파울루대 동물과학스쿨의 아드로알도 자넬라 교수는 “당나귀유는 영양가 측면에서 모유에 가깝다”며 “우유를 소화시키기 어려운 아이와 특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한 유아들을 위한 당나귀유를 개발하는 쪽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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