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집중
80분간 대화에도 입장 차만 확인
洪대표, 김기식 사퇴 등 7가지 제안
文대통령, 국내정치 현안엔 경청만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단독 회동을 갖고 남북문제와 국내정치 현안을 논의했다. 회동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퇴와 개헌 등도 거론됐지만 합의된 내용은 없었다. 두 사람은 예의를 갖춰 좋은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눴으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는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1시간 20분 동안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을 가졌다.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자는 문 대통령 제의로 마련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하루 전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홍 대표 측에 연락해 남북 회담 관련 논의를 제안했고, 홍 대표가 국내정치 현안도 함께 논의하자고 역제안 한 후 회동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대북특사단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5당 대표 회동을 가진 적은 있으나, 홍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의 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했다. 이에 홍 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국가 운명을 좌우할 기회인 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수석은 “오늘 대화는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했고,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정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회동 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7가지를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리비아식 핵 폐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 ▦한미동맹 강화 ▦개헌 발의 철회 ▦김기식 원장 임명 철회 ▦정치보복 중단 ▦지방선거 대통령 중립 및 지방출장 자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해임 등이다.
홍 대표는 특히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속아 일시적 위장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게 한반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그걸 감안해 정상회담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북핵 폐기가 되지 않으면 한반도에 더 큰 위기가 온다”며 “대통령이 아주 위험한 도박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남북만의 협상이 아니고 북미협상을 우리가 중재하고, 북한도 중국에 가고, 남북과 북미가 함께 생각을 하며 의견을 모으기 때문에 과거 사례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덜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회동은 남북ㆍ북미 문제가 70%였고, 국내 현안은 다 합쳐서 30%도 안 된다”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회동 후 “김기식 관련 대화는 1분 정도였고, (사퇴 요구에) 즉답은 없었지만 집에 보낼 거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홍 대표는 사퇴를 주장했고, 대통령은 경청했다”고만 했다. 홍 대표는 또 “(문 대통령이) 추경예산안 (통과) 요구를 하길래 그건 김성태 원내대표가 하는 거라 한 번 의논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결과에 대해선 “굉장히 안타깝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청와대나 대통령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국당 관계자는 전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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