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는 한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와 연계된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1차 보호무역 공세에 따른 통상 불확실성을 일단 제거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26일 설명에 따르면 미국이 철강 고율 관세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대신, 우리는 철강 수출 물량을 줄이고 미국 자동차 무역적자를 완화하는 조치를 수용한 게 골자다.
당초 미국이 지난해 4월 FTA 재협상 요구를 들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부문 무역적자 해소였다. 199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은 대일 자동차 공세의 복사판이었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미 무역흑자는 FTA 발효(2012년 3월) 전인 2011년 116억달러에서 2015년 258억달러로 2배 정도 늘었다. 그중 자동차 분야 흑자가 220억달러로 전체흑자의 86%에 이르렀다. 자동차 무역적자 축소가 FTA 개정의 최대 목표가 된 이유다.
우리는 당초 FTA 개정 요구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개정 폭 최소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에 이어, 급기야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하면서 우리를 압박했다. 결국 우리로서는 철강ㆍ알루미늄 제품의 대미 수출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FTA 개정과 철강 고율관세 부과 문제의 일괄 타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 타결은 그나마 ‘선방’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협상의 한계 탓에 예상되는 손실도 적지 않다. 우선 철강 고율관세 대상국에서는 제외됐지만 수출량은 크게 줄었다. 2015~2017년 3년 평균 수출량(383만톤)의 70%(268만톤) 수준에서 쿼터가 설정됐다. 이에 따라 철강 대미 수출량은 약 4분의 1 줄게 돼, 대미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유정용 강관업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부문 양보 내용은 한국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미국산 자동차 수입쿼터를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늘리고,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 시점을 기존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늦춘 것 등이다. 당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수입차 증가, 화물자동차 수출 제한 등 잠재적 손실은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 협상 타결이 무역전쟁의 최종 해결책일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미 통상조건의 변화는 부정적 연쇄효과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신시장 개척과 산업 경쟁력 제고의 시급성을 재확인시켰다. 안보와 통상, 산업정책을 유기적으로 조정할 정부 시스템의 구축도 한결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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