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결과가 8일 발표됐다. 발표를 접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이번 조사 대상 기관은 감사원 등에서 이미 감사를 받은 55개를 제외한 나머지 275개 공공기관이다. 이 중에서 무려 2,234건의 비리 혐의가 추가로 발견됐다. 산술적으로는 1개 기관당 8건이나 되는 셈이다. 이쯤이면 기관이 곪은 게 아니라, 나라가 온통 썩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부는 이 중 143건에 대해서는 징계했고, 심각한 사안 44건은 정식 수사를 의뢰한다지만, 국민적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3월부터 강원랜드 등 23개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비롯했다. 주요기관 감사 결과 채용비리가 하도 많아 아예 공공기관 전체를 조사하게 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채용비리의 양상은 앞선 주요기관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우선 기관장이나 기관 고위인사가 외부 청탁을 받고 채용비리를 주도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비리의 유형으로는 인사위원회나 면접위원의 부적절한 구성, 모집공고 위반, 점수 조작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우리가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특히 우려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이번 비리는 수십 만 구직 청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취업 기회를 박탈한 중대한 사회범죄다. 아울러 권력과 부에 기반한 기득권이 비리를 통해 ‘대물림’ 되는 잘못된 사례를 보여 줌으로써 다수의 결백한 ‘보통 청년’에게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안겼다. 가장 심각한 건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함으로써 광범위한 불신과 갈등의 씨앗을 뿌린 잘못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처분과 개선을 통해 차제에 ‘망국병’을 뿌리 뽑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민ㆍ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울러 △ 채용 절차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ㆍ제도 개선 △ 감독 강화 △ 부정하게 채용된 당사자에 대한 채용 무효ㆍ취소 방안 등을 지시했다. 부정 취업자 모두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국가 기강을 위해 읍참마속의 각오로 임해야 할 문제다.
공공기관에 채용비리가 만연해진 근본 원인은 다수 공공기관장들이 고유 목적과 기능에 맞지 않는 ‘낙하산’으로 채워진 것과 무관할 수 없다. 청와대는 이런 점에 특히 유념해 향후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에서 새로운 각오와 관행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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