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구역 편의점 한 곳도 없고 지방행 심야 리무진 운행 안해
환승률 작년부터 감소세 전환
한달에 한번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김모(35·무역업)씨는 출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는 탑승구역(면세구역)에 대한 불만이 크다. 김씨는 “편의점은 24시간 생필품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간단히 요기도 하는 곳이지만 탑승구역에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편의점은커녕 자판기조차 갖춰져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탑승구역내 카페에서 비싼 음료수를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G)에서 10년 연속 세계1위를 기록한 인천국제공항. 그러나 공항 이용객들이 느끼는 체감 서비스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공항내 식·음료 가격은 시중가의 2,3배를 웃돌고 탑승구역(면세구역)내에는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흔한 편의점은 물론 자판기도 설치돼 있지 않다. 공항리무진버스는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특히 심야시간대 비수도권을 운행하는 노선은 전무해 지방 이용객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20일 인천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취약한 서비스는 여실히 드러난다. 인천공항내 편의점은 모두 3곳이 있지만 일반구역에 집중돼있고, 탑승구역에는 단 한 곳도 없다. 한 이용객은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편의점에서 750원에 컵라면을 구입할 수 있지만 탑승구역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공항내 식당 라면 판매가는 5,000원이고 비빔밥도 최소 1만2,000원이나 하는 등 시중가보다 비싸 바가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탑승구역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커피는 3,500원이고, 주스류의 가격도 4,000원을 넘는다.
이와는 달리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에는 모두 자판기가 설치돼 있으며, 탑승구역 내 편의점도 입점해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7월 심야운항 활성화의 일환으로 서울행 심야리무진 버스 운행을 2배로 확대했지만 지방행 심야버스는 전무하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심야시간대 지방 등 비수도권을 가는 이용객이 많지 않아 버스업자들이 운행을 꺼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항리무진 이용객 수를 비교해보면 서울 183만 명, 지방은 150만 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공항공사측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수준은 떨어지지만 홍보 비용을 물쓰듯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인천공항공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4년간 광고비로 22억230만원을 지출했다”면서 “정작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시설은 설치하지 않으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외부 평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동북아의 허브(HUB·중추)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입지도 삐걱대고 있다. 최근 5년간 경쟁하는 세계국제공항이 최고 11%가량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인천국제공항은 오히려 성장세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공사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7대 국제공항 환승률의 경우 2010~2014년간 타 국제공항이 많게는 11.1%(프랑크푸르트), 적게는 3.9%가량 상승했다. 반면 인천공항은 2010년 15.7%에서 2013년 18.7%까지 올랐으나 2014년 16.0%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는 15.7%로 떨어져 5년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환승률은 국제공항의 허브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여서 인천공항의 입지를 가늠케 한다. 특히 지난 5년간 프랑크푸르트(독일), 스키폴(네덜란드) 국제공항은 10%가량 성장세를 기록해 인천공항을 크게 추월했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주요 경쟁공항과의 경쟁에도 뒤쳐졌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환승률을 보면 동남아의 대표적 국제공항인 창이공항(싱가포르) 및 쳅락콕공항(홍콩)도 5~6% 안팎의 환승률 성장을 달성했다. 나리타(일본)공항은 6.9% 늘었고, 서우두(베이징) 및 푸동(상해) 공항도 각각 5.2%, 3.9% 증가했다. 반면 인천공항은 2013년을 기점으로 환승률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화물을 이동하는 환적률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천공항 환적률은 2008년 119만톤에서 2012년 110만톤, 2014년 103만톤으로 뚝 떨어졌다. 환적률의 경우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환승여객의 환적 물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국토부와 공항공사, 기업이 힘을 모아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