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범 기자

등록 : 2018.02.14 04:40
수정 : 2018.02.14 09:52

2030 명절 호텔콕 "맘 편히 쉬고 싶어요"

등록 : 2018.02.14 04:40
수정 : 2018.02.14 09:52

오가며 허비하는 시간ㆍ체력

결혼 질문 쏟아내는 친척들 피해

2박3일 찜 해둔 책ㆍ영화 보기

취준생은 끼리끼리 열공모드

비수기 호텔도 저렴한 상품 유혹

서울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3)씨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는 열차표 대신 서울 도심 호텔을 예약했다. 본가엔 명절이 아닌 다른 휴일에 내려가겠다고 미리 알렸다. 이씨는 “언제 결혼할거냐는 일가친척 단골 질문이 스트레스”라며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이번 설은 조용히 홀로 휴가처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명절 연휴 ‘나 홀로’ 있을 호텔을 찾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그저 오가는데 허비되는 시간과 체력, 온통 내게만 관심 있는 듯 질문을 쏟아내는 친척들을 대면해야 하는 부담 등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일종의 피난처로 호텔을 택하는 것이다. 먼 나라로 떠나기엔 돈과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남다른 명절을 즐기고 싶은 청춘의 작은 호사이기도 하다. 1인가구 증가와 인생을 즐기자는 가치관 확산, 의외로 알뜰하다는 경험담까지 더해지며 방콕에 빗댄 ‘2030 명절 호텔콕’은 어엿한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로 3년째 명절에 호텔을 묵는다는 직장인 정모(30)씨는 “명절 기간은 호텔 비수기라서 할인 혜택이 많고 멀리 여행 떠나는 것보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라며 “조식 서비스나 호텔 식당을 이용하면 연휴 때 문 연 식당 찾아 전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역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이번 설 연휴 서울 시내 호텔에서 2박3일간 조용히 책을 읽거나 바빠서 못 본 영화를 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독립하지 못 하고 부모와 동거하는 이들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명절 호텔콕을 활용하기도 한다. 부모와 함께 살며 2년째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임모(30)씨는 “부모님 집이 큰집이라 명절이면 친척들이 찾아오는데 직업도 없이 부모님께 얹혀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호텔을 예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절마다 집을 피해 카페와 독서실 등을 전전했다는 임씨는 이번 설에는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호텔에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홀로 명절 호텔콕 증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호텔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일리호텔’에 따르면, 올해 설에 홀로 호텔을 이용하겠다는 응답비율은 지난해 설보다 10%가량 늘어났다. 반면 가족과 함께 이용하겠다는 비율은 전년보다 약 12% 하락했다. 이런 분위기에 호텔들은 각종 판촉 행사로 호텔콕족을 유혹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은 디럭스룸 1박+조식 1인+영화관람권 1매로 구성된 1인 전용 패키지 ‘온리포미(only for me)’를 선보였고,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은 각각 1인용 조식과 라운지, 사우나가 포함된 상품을 내놓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은 취업과 결혼, 출산 등 각종 스트레스가 많은 집단이라 전통적인 가부장제와 가족주의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려는 성향이 강해 명절 풍경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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