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 실세’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5일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서울에서만 주최측 추산 20만 명이 집결해 도심을 메웠고, 여당의 텃밭인 대구ㆍ경북 등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열렸다. 집회와 시위가 갈수록 세를 불리면서 범국민 저항운동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집회 참여 시민은 지난 주말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열기였다. 주최 측은 “그만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집회에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 대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종교인 등 각계각층의 시민이 참석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집회에 처음 나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민심은 더욱 차갑게 돌아섰다는 걸 시민들이 몸으로 입증한 셈이다.
참가 계층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국민이 국민 대우를 못 받고 있다”“박 대통령이 지난 4년간 한 것들이 너무 화가 난다”며 격한 불만을 토로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못살겠다”“갈아엎자”등의 구호를 거침없이 외쳤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로 대통령 하야만이 해법”이라는 분노의 함성을 쏟아냈다.
이날 집회는 우려와 달리 폭력 사태로 변질되지 않았다. 당초 경찰은 집회 통제의 어려움을 우려해 행진을 불허했다. 하지만 법원이 경찰의 조치에 반발해 시민단체가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합법적인 도로 행진이 가능했다. 집회에서 시위대의 불법이나 폭력적 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행진은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경찰의 무리한 집회 통제가 없으면 평화집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12일에도 대규모 촛불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박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면 퇴진 요구 집회와 시위의 기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분노한 민심은 충분히 드러났다. ‘박근혜 하야’라는 말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국민은 새삼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군지를 묻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