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서
흥분한 관중들 소란에 흔들
올림픽 3연패 10일로 미뤄
“죄송합니다.”
진종오(37ㆍKT)는 6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슈팅센터에서 열린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이 끝난 뒤 이 말만 남기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선은 총 20발 가운데 8발을 쏴 먼저 8위를 떨어뜨리고 이후 2발씩 격발해 최하위 1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진종오는 네 번째로 탈락해 5위에 그쳐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베트남의 호앙 쑤안 빈(42)이 우승하며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브라질의 우 펠리페 알메이다(24)가 은메달, 중국의 팡웨이(30)가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기에 허탈함도 컸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사수다. 이날 결선에 앞서 치러진 본선에서도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본선은 60여 명이 출전해 각자 60발씩 쏴 상위 8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사격에서 결선은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점수를 계산하지만 본선은 다르다. 예를 들어 표적지의 9.0~9.9점에 탄환이 박히면 무조건 9점, 10.0~10.9점에 들어가면 10점으로 계산한다. 9.9점과 10.0점은 실제로 0.1점 차이지만 점수를 따질 때는 1점 차이가 되는 것이다. 진종오는 이날 본선 초반에 연이어 9.9점을 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국대표팀 사격 관계자는 잔뜩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런 경우 0.1점 차이가 1점 차이로 벌어져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선수가 플레이를 망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진종오였다.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10점대를 계속 쏘아댔다. 이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팡웨이에 이어 전체 2위로 결선 무대를 밟았다. 이 관계자는 “저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배짱 좋은 선수는 진종오 밖에 없다”며 엄지를 들었다.
약 1시간 뒤 열린 결선에서는 브라질 알메이다의 존재가 변수로 작용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브라질 팬들은 흥분해서 난리가 났다. 결선이 시작한 뒤 알메이다가 쐈다 하면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질러댔다. 엄청나게 큰 소리로 나팔을 부는 관중도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진종오도 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한편 사격은 리우 올림픽부터 전자과녁으로 표적지를 바꿨다. 검정색 동그란 전자과녁에 총알이 관통하는 순간, 3개의 레이저가 위치를 잡아내, 모니터에 표시를 해준다.
진종오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자신의 주 종목 50m 공기권총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그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했는데 이 중 2개가 50m 공기권총(2008ㆍ2012), 1개가 10m 공기권총(2012)이었다. 이번에도 우승하면 한국 올림픽 참가 선수 중 처음으로 단일 종목 3연패의 금자탑을 쌓는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