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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시라소니

입력
2017.07.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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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본명 이성순)는 1916년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태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협객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당시 신의주 경찰서장이었던 하라다의 충복을 제거하며 일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광복 이후에는 주특기인 박치기를 이용해 수십 명의 조폭과 혼자 싸워 이겼으며 심지어 전설의 주먹 김두한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이후 ‘시라소니’라는 이름으로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소개됐던 이성순은 고양이과에 속하는 이 동물이 지니고 있는 민첩성과 용맹성을 본받고 싶어 이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라소니’는 ‘스라소니’의 평안도 사투리로서 표준어가 아니다. ‘스라소니’를 ‘시라소니’로 부르는 것은 발음의 편의성 때문이다. 혀의 정점을 입 안의 가운데 위치해 발음하는 중설모음(中舌母音) ‘ㅡ’로 발음하기보다 혀의 정점을 입 안의 앞쪽에 위치해 발음하는 전설모음(前舌母音) ‘ㅣ’로 발음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ㅡ’를 ‘ㅣ’로 잘못 발음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았을 때 크게 소름이 돋는 모양’을 가리키는 ‘으스스’를 ‘으시시’로 잘못 말하거나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밟거나 건드릴 때 나는 소리’를 가리키는 ‘부스럭’을 ‘부시럭’으로 잘못 말하는 경우 등이 있다.

또한 ‘친구 집에 들리다’ ‘사태를 잘 추스리다’ 등의 표현도 ‘친구 집에 들르다’ ‘사태를 잘 추스르다’의 잘못된 표현이며 ‘망칙하다’ ‘흉칙하다’ 등도 ‘망측하다’ ‘흉측하다’의 잘못된 표현이다.

‘ㅡ’ 모음의 발음이 어렵다고 해서 ‘ㅣ’ 모음으로 잘못 발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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