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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매 평가 좀 해 주세요… 청소년들 SNS서 '위험한 놀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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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매 평가 좀 해 주세요… 청소년들 SNS서 '위험한 놀이' 왜?

입력
2015.04.0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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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허리·가슴 등 사진 올려

'품평 놀이' 확산… 성폭력 피해까지

외모 지상주의· 여성 성 상품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의식 반영

"사진 유포에 범죄인식 심어 주고 스마트폰 사용 올바른 교육 필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해 올려 몸매를 평가받는 '몸매품평 놀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중학생 대상 성교육 모습. 자료제공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해 올려 몸매를 평가받는 '몸매품평 놀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중학생 대상 성교육 모습. 자료제공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허벅지 다리 허리 가슴골 등 자신의 신체 부위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감상평을 주고받는 이른바 ‘몸매품평 놀이’가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이다. 소아정신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자존감이 낮거나 애정결핍이 있는 청소년이 이런 놀이에 더 잘, 더 깊숙이 빠져 들 수 있기 때문에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자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수록 몸매품평놀이에 빠져 들 가능성이 커진다. 홍순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학업성적만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사회적 잣대로 인해 성적이 좋지 않은 청소년들은 자존감을 상실한 상태”라며 “자존감이 저하될수록 비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손쉽게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외모”라고 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아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신체, 외모 등 외적 요소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신체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으로 타인의 관심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끊임없이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라 했다.

성관계 목적 접근男도 진짜 사랑으로 착각

애정결핍과 연예인과 동일시 현상도 젊은층을 몸매품명놀이로 빠져 들게 만드는 요인들로 분석되고 있다. 홍 교수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속내를 털어놓지 못해 애정결핍에 걸릴 수 있다”며 “애정결핍이 되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SNS를 통해 분출한다”고 했다. 박현이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은 “신체노출 등 왜곡된 성문화에 빠진 청소년들 중 외로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자신이 올려 놓은 신체 사진을 보고 접근하는 남성들에게 쉽게 마음을 내주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박 부장은 “SNS에 신체 사진을 올린 후 관심을 보인 남성과 만나 성폭력 당한 여학생들을 상담한 결과, 아이들은 남성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여학생들은 ‘이 세상에서 내 말을 가장 잘 들어준 유일한 사람’이라며 가해 남성을 옹호하는 등 애정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박 부장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눈 경험이 있으면 섹스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이성을 거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지만, 사랑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면 이를 관심과 애정으로 착각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멘토 부재도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나미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원장은 “과거에는 닮고 싶은 사람이 부모, 형제, 선생님 등 주변 인물이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연예인을 닮고 싶어 한다”며 “연예인들은 직업상 외모, 신체 등을 노출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동일화 되고 싶어 그들을 모방하다 일탈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일부 청소년의 성 일탈 통로로 이용되고 있어 이에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마트폰이 일부 청소년의 성 일탈 통로로 이용되고 있어 이에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모지상주의 사회 병폐가 ‘인지적 왜곡’불러

우리사회에 널리 퍼진 병폐인 ‘외모지상주의’도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기고 있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육체에 대한 아름다움 추구는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면서도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평가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면 ‘인지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자신이 선호하는 쪽으로만 왜곡해 문제를 부르는 것이라는 것이다.

외모에 대한 기준이 평가절상 돼 부정적 신체상과 자아상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문의는 “신체에 대한 적당한 관심은 건강하다는 징표”라면서도 “청소년기에 인터넷 등을 통한 노출증적 일탈행위나 과도한 다이어트에 매달리면 정상적인 가치관 형성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선정적 언론과 게임광고가 일탈 부추겨

연예인 등 여성을 상품화 하는 매스미디어와 게임광고도 청소년들의 일탈의 통로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순범 교수는 “청소년들이 클릭만 하면 언제든지 선정적인 기사와 사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미디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며 “범 사회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한선 전문의는 “선정적인 기사와 사진 등을 과도하게 접하면 성에 대한 가치관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박 전문의는 “특히 권위 있는 언론 매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는 노골적인 기사와 사진은 게재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뉴욕타임스, 요미우리신문, 가디언 등 세계 유명 웹신문과 국내 주요 일간지 사이트를 비교하면 단박에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현이 부장은 “여성의 특정 부위를 과대 포장한 게임광고가 지하철은 물론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다”며 “가상으로 존재하는 여성캐릭터들이 미의 기준이 되고 이를 따라 하거나 흠모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박 부장은 “게임업체들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광고에 적극 활용하는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탈의 도구인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교육해야”

청소년들의 성 일탈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청소년 일탈의 도구로 전락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순범 교수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SNS에 신체 부위 사진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SNS상에 지나칠 정도로 개인정보나 사진을 올리면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성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채 관심과 애정을 받기 위해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는 물론 사회구성원들이 학업 성적과 같은 도출된 결과로 아이들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아이 자체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이 부장은 “청소년들은 사진 유포 등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며 “스마트폰을 잘못 사용하면 얼마나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병적인 관음증, 노출증과는 구분 필요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일탈과 병적인 관음증 또는 노출증은 서로 다른 것으로, 혼동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소년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일부 언론의 관음증 또는 노출증 등 표현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박한선 전문의는 “관음증과 노출증은 타인의 성행위를 보거나 또는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는 식으로 성적흥분을 유발하는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돼야 진단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박 전문의는 “청소년기에 보이는 일시적인 성적관심이나 자신의 외모를 뽐내는 것은 (병적 증상이 아닌) 정상적인 행위”라면서도 “기성세대의 왜곡된 성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게 되면 잘못된 성 의식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 성교육 가정에서 하기 힘들다면… 청소년성문화센터 '노크'

성적충동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조절되지 않은 성적충동은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 커다란 피해를 가져 올 수 있다.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청소년기에 발달한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하면 성적충동을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일탈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문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것.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개설해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고 있다. YMCA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2001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아하!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센터에서는 ▦성장놀이터(초등학교 1~6학년) ▦안녕! 섹슈얼리티(중학교 1~2학년) ▦섹슈얼리티 지도그리기(중학교 3학년~고등학생) 등 프로그램을 연중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부모와 함께 하는 사춘기로의 여행(초등학교 5~6학년)‘ 프로그램을 매년 2·4.6.9.11월에, ‘사춘기 파티’(초등학교 4~6학년)는 2·5·12월에 진행한다.

부모와 함께하는 성교육 주말캠프도 열리고 있다. 여중생 1~2학년 대상이 해마다 7월 25일과 8월 22일에, 남중생 1~2학년 대상이 8월 29~30일, 10월 17~18일에 각각 열린다.

김치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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