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천정배·비노 결합 땐 위력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도"
"당 어떻게 되든 자기 정치만" 당내서는 부정적 평가 일색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탈당 후 신당 행’결심을 굳히면서 연말연시 정치권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당 안팎에선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치인의 거듭된 탈당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신당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호남 바닥 민심에 깔려 있는 야당 실망론을 감안할 때 전당대회 이후 분당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야권 재편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동영의 신당행이 야권재편 신호탄?
정 고문은 27일 자신을 지지하는 지역 특보단원 200여명과 토론회를 갖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숙의한 결과, 진보진영 일각에서 추진하는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에 합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속도조절론도 일부 있었지만, 지난 6년 정동영의 현장 정치와 국민모임 105인 선언의 요구가 맥을 같이 하는 만큼 응답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며 “가시밭길이지만 기득권을 내려놓고 밀알과 밑거름의 역할이 되겠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거취에 대한 결단 시기에 대해 “전당대회 이전엔 무조건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정 고문은 진보정치 복원을 통한 야권의 전면적 쇄신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대안세력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일본의 민주당처럼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는 만큼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 고문의 신당행이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감, 특히 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의 민심 이반과 결합할 때는 상당한 위력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동영 고문 외 천정배 전 장관까지 결합하면 진보정당 창당 움직임은 곧 호남 신당론과 결합 돼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고문의 신당행이 전당대회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새정치연합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장악할 경우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비노계가 정 고문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노 진영의 한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은 이후에도 계파싸움만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변화의 요구가 터져 나올 것”이라며 “정계개편까지 가져올 만한 태풍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당내서는 “찻잔 속의 태풍”평가절하
하지만 당내서는 정 고문의 행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특히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 고문의 탈당에 대해 “당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정치만 앞세운다”는 등의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오찬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중에서 한 명도 안 따라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특히 당내에서는 정 고문이 2009년 전북 전주 덕진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돌아온 전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그 당을 뛰쳐나가는 것은 곧 자기부정이다. 자신의 소신이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반성을 먼저 하고, 그게 안됐다고 하면 다음 수순은 정계은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이날 ‘강한 야당, 통합 대표’를 내세워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 차기 당권 레이스의 불을 지폈다. 박 의원은 ▦6개 지역 비례대표 할당제 ▦지방의원 비례대표 할당제 ▦청년 의무공천제 ▦공천심사위 폐지 등 공천 혁명 방안도 발표했다.
문재인 의원도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기는 혁신’을 키워드로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이른바 ‘빅3’의 대항마로 거론되던 김부겸 전 의원은 “대구에서 당선돼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선 정치를 실현하고 싶다”며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새정치연합 당 대표 경선은 박지원 대 문재인 의원 양강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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