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은 유능한 기자도 별 수 없다. 엄마로서 두 아이 키우면서 일 하는 게 힘들었다. 마감에 쫓겨 기사를 쓰면서 아이 챙기고 집안일 돌보느라 해도 해도 일이 줄지 않았다.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며 방도를 찾아나선 극히 개인적 기록이 이 책이다.
유명한 시간 연구가부터 만나 봤지만 ‘시간 부족은 자기 탓’이라는 말에 실망만 했다. 이후 ‘타임 푸어’가 전세계적 현상임을 알게 된 저자는 뭐가 문제인지 본격 탐구에 들어간다. 바빠야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이 문제임을 확인한다. 일에만 몰두하는 이상적인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좋은 엄마가 돼야 한다는, 직장과 가정의 강력한 명령이 쫓기는 삶의 주범임을 깨달은 저자는 거기서 벗어날 길을 궁리한다. 세계에서 가장 여유롭게 사는 나라, 덴마크를 찾아가 비결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가 찾아낸 타임 푸어 탈출법은 그리 별나지 않다. 엄마도 아이들로부터 벗어난 혼자만의 여가가 필요하고, 개인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 적절히 쉴 수 있으려면 사회적 지원 체계가 필수라는 걸 누가 모르나. 그런데도 이 책이 와 닿는 것은 ‘비 오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되찾기까지 저자가 치러낸 고군분투가 더없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리 와서 잠깐 쉬라’는 딸에게 설거지 마치고 가겠다고 했다가 ‘그냥 오라’는 말에 지저분한 싱크대를 팽개치고 창가로 가서 앉았다. 퍼뜩 깨달은 바, ‘잠깐 멈추자, 지금 당장’이 일으킨 결단이었다. 이토록 단순한 일조차 마음 먹어야 저지를 수 있는 ‘거사’가 되어 버린 게 요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다.
시간 관리 요령으로는 일과 휴식에 리듬을 활용하고, 할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집안일을 식구들과 나누는 것을 택했다. 저자는 “리듬을 타면서 일하고, 시간을 덩어리로 쓰고, 뇌를 비우고, ‘걱정 일기’를 쓴 덕분에 자잘한 시간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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