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단체가 낸 손배 청구 기각, 정부는 "기본권 규제 못해" 재확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 탈북자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공권력으로 제지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법원은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선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전날 탈북자단체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가 경기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과 관련, 통일부는 6일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전단 살포문제에 대해 (정부가) 기본 원칙을 바꾼다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강제로 막을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10일에도 연천군에서 대북전단을 살포, 북한이 전단을 향해 고사총탄을 발사하고 지역 주민 2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불러왔다. 같은 달 19일에는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역시 대북전단을 살포해 북한군의 사격이 반복됐다. 앞서 북한의 보복 천명이 현실화한 것이지만 당시에도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을 법적 권한이 없다”고만 밝혔다. 대신 지역 주민들이 트랙터와 트럭 등을 동원해 전단 살포 저지에 나섰다.
반면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김주완 판사는 당국이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활동을 방해, 정신적 피해 등을 봤다며 탈북자 이민복(58)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 대북풍선단 단장인 이씨는 2003년부터 국정원, 군, 경찰 공무원 등이 전단지 살포 정보를 미리 지역 주민에게 알려 쫓겨나게 하고 차량 통행을 막는 등 대북전단 살포를 방해했다며 지난해 6월 5,000만원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대북전단 살포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한 위협에 놓이는 것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는 달리 지난해 북한의 보복 천명과 고사총탄 공격을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판단한 것이다.
의정부지법 송종환 공보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북전단 살포가 적법하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는 상황과 범위를 밝힌 것이 판결의 취지”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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