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 휘청거리는 버스, 숨 막히는 지하철이 답답하다면 대안은 자전거 출근, 이른바 ‘자출’이다. 시간과 비용 절약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정작 자출을 하려니 실천이 쉽지 않다. 초보자는 자전거 선택 단계에서부터 막막하다. 내 출퇴근 경로에 맞는 자전거는 무엇일까. 출퇴근 거리, 경로 특성에 따라 적합한 자전거를 분류해 봤다.
1. 5~10㎞, 평지, 이동시간 30분 이내 = 미니벨로
자동차나 지하철을 이용하기에는 애매하고 그렇다고 걷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거리라면 미니벨로를 추천한다. 미니벨로는 바퀴의 크기가 20인치 이하인 자전거를 일컫는다. 바퀴가 작기 때문에 전체 크기도 작은 편이라 운반과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접이식 미니벨로는 접어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실내로 들고 갈 수 있다. 사무실 책상 옆에 자전거를 둘 수 있기 때문에 도난 방지에 최선이다. 또 접을 경우 대중교통 적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일기변화나 체력저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도 좋다.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 기어비 조합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에는 다소 벅차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고 바퀴가 작기 때문에 높은 속도를 내는데 많은 힘이 필요하다.
평지에서 큰 힘 들이지 않고 느긋한 자전거 출근길을 원한다면 제격이다. 중국산은 10만 원 미만으로도 구입할 수 있지만 고장과 파손이 빈번하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디자인과 내구성을 모두 고려한다면 최소한 10만원 후반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출시되고 있어 출근 복장에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미니벨로로 유명한 브랜드는 다혼, 티티카카, 스트라이다, 브롬튼, 몰튼 등이 있다.
2. 10~20㎞, 평지 + 약간의 언덕, 이동시간 30분 ~ 1시간 = 하이브리드, 시티바이크
10㎞ 이상, 30분 이상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면 미니벨로보다 주행성능이 우수한 하이브리드가 적합하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산악자전거(Mountain Bike-MTB)와 흔히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자전거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다. 조작이 비교적 쉬워 입문자들이 많이 찾는다.
다양한 기어비를 제공하는 있는 제품이 많아 웬만한 언덕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시속 2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어 중거리를 이동하는데 효과적이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기본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국내 자전거 업체들이 대량으로 생산, 공급하고 있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수입업체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유통하고 있어 가격 성능에 따라 제품 선택의 폭이 넓다.
사무실까지 갖고 들어가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크기다. 실내나 지하주차장 등에 보관할 수 있는 여건이 구비된 곳이 아니라면 근무지 근처 실외에 안전하게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미리 물색해 둬야 한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로 1시간 이상 주행할 경우 일자형 핸들을 잡는 손바닥에 피로를 느낄 수 있다.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효과적으로 이동하면서 조금이나마 속도를 즐기고 싶다면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괜찮다. 주요 제품의 가격대는 10만 후반대부터 형성돼 있다. 국내기업인 알톤의 로드마스터가 인기가 좋으며 삼천리자전거도 다양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해외기업인 자이언트, 트렉 등에서 내놓은 제품도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 20㎞ 이상, 평지 + 언덕(포장만 돼 있다면 산도 가능), 1시간 이상 = 로드자전거
20㎞ 이상 장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로드자전거가 좋다. 앞에서 언급한 미니벨로나 하이브리드 자전거로도 2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흔히 사이클이라고 부르는 로드자전거는 장거리 도로 주행에 최적화돼 있다.
평지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시속 3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물론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어비 조합을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언덕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넘을 수 있다. 출퇴근길 도로에선 자동차 흐름에 맞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나기 때문에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될 여지도 적다. 비포장만 아니라면 못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출퇴근 경로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로드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의 가장 큰 문제는 보관이다. 입문용도 5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파손과 도난이 우려되는 일반 자전거 보관소에는 거치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고가의 자전거를 눈에 보이는 곳에 안전하게 둘 만한 장소를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물다. 건물 관리부서 등에 양해를 구해 자전거 보관 장소를 실내에 확보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핸들을 쥐는 방식과 브레이크를 잡는 방법도 일반적인 자전거와 달라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부분도 단점이다.
1시간 이상 운동효과를 누리면서 출근하고자 한다면 로드자전거가 맞다. 집에서 일터까지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면 돌아가는 경로를 구성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최근 국내 제조회사의 제품 출시가 늘고 다양한 수입 브랜드 제품이 유통되면서 로드자전거 가격이 2~3년 전에 비해 저렴해졌다. 가격은 본체의 소재, 구동계와 휠셋 등급 등에 따라 20만원대~수천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초보자의 경우 가격 차이만큼 성능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우니 처음부터 지나친 투자는 금물이다.
4. 피해야 할 유형
10만원 미만의 저가 자전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무게가 무겁고 소재가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져 운행 중 파손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높다.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받은 자전거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으니 내리막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거나 평지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픽시도 자전거 출퇴근으로 적합하지 않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할 출퇴근길에서 제동하는데 고급기술이 필요한 픽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출퇴근 이동거리, 경로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자전거를 선택하면 중복투자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자출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완벽한 자출의 실행 첫 단계는 제대로 된 자전거의 선택이다.
어떤 자전거가 적합한지 확인했다면 본격적인 자전거 출근에 앞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아래 기사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를 정했음에도 자전거 출근이 망설여 진다면 자전거로 출근해야 할 이유를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한국일보는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형성하고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지난해 8월부터 ‘두바퀴찬가’를 통해 관련 내용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내용은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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