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부문 예심작 대부분이 심사위원들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는 현대사회의 근본 문제라 할 ‘뿌리 뽑힘’을 해결하기 위해 학문적 장정에 나섰다. 저자는 자칫 추상적 공리공담에 머물기 쉬운 주제에 현장성과 구체성을 부여했다.
‘남자의 품격: 중세의 기사는 어떻게 남자로 만들어졌는가’는 12세기말 프랑스 북부지방의 고문서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이상적 남성성이 문화, 정치, 교육 및 관습에 의해 형성된 사실을 밝혔다. ‘미완의 프랑스 과거사-독일강점기 프랑스의 협력과 레지스탕스’는 과거사 청산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는 한국 사회로서는 경청할 점이 많은 역작이다.
수상작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는 식민지 한국사회는 물론 해방 이후 남한과 북한에서 철저히 소외된 현앨리스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거시와 미시분석의 균형점이 발견된다. 심사위원들이 호평하는 저자의 장점이다. 이 책의 가장 큰 기여는 한국현대사의 사각(死角) 지대를 정밀하게 탐색했다는 점일 것이다. 용기 있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저자는 유럽근대의 산물인 국가사의 한계에 도전했다. 역사서술에 있어 ‘제3의 길’을 연 셈이다. 한일 양국의 역사분쟁이나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백승종ㆍ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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