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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거듭한 인권위 위상 되찾을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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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거듭한 인권위 위상 되찾을지 의문"

입력
2015.07.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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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되자 시민ㆍ인권단체들은 부정적 전망

인선 과정 절차적 정당성 등 미흡… 황우석ㆍ강호순 사건 맡았던 경험

20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성호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제7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이성호(58ㆍ사법연수원 12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내정했다. 이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현병철 위원장의 후임으로 박근혜정부의 첫 인권위원장이 된다. 인권단체들은 인권활동 경험이 전무한 법조인 출신이 인권 수장 자리에 내정됐다는 점에서, 현 위원장 임기(6년) 내내 퇴행을 거듭했던 인권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우려를 제기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인선 배경과 관련 “이 내정자는 약 30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법과 정의, 원칙에 충실한 다수의 판결을 선고했다”며 “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권위를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서울고법 수석부장과 서울남부지법원장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고법 형사부장일 때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으며,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항소심에선 사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특허법원에서도 근무한 그는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손꼽혀 관련 논문만 40여편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대법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내정 발표 직후 “중요 직책의 후보자가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권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가 내달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현 위원장을 대신해 인권위를 이끌 구원투수로 낙점됐지만 그 앞에 놓인 인권위 앞날에는 험로가 수두룩하다. 인권위는 2009년 취임해 연임한 현 위원장 체제 6년 동안 무수한 논란에 시달려 왔다. 용산 참사와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굵직한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인권위는 국제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3차례 연속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망신까지 샀다.

때문에 최대 관심은 이 내정자가 과연 추락할 대로 추락한 인권위 위상을 복원할 능력과 자격이 있느냐에 모아진다. 인권단체들은 그가 인권 행보와 무관한 법관 출신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있다. 각각 1~3대 위원장인 김창국ㆍ최영도ㆍ조영황 전 위원장도 법조인 출신이었지만 이들은 꾸준히 관련 분야에 몸을 담아 자격 시비가 일지 않았다. 문경란 전 인권위 상임위원은 “국민의 인권 감수성이 나날이 확장되면서 인권위 현안으로 새로운 의제들이 계속 나올 텐데 기존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판단해오던 법관의 특성상 새로운 인권 의제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의 경우 1980년대 신군부의 용공조작 사건인 ‘아람회’ 사건 재심 판결 당시 피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 인권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의 전부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9년 이 내정자는 이 사건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선배 법관을 대신해 억울하게 고초를 겪은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해 주목을 받았다.

인권위원장 인선의 절차적 정당성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점도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이날 “인권위원장 인선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ICC의 개선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위원장 선출 및 임명 과정은 ICC가 인권위에 등급보류 판정을 내린 결정적 원인이었으나, 정부는 이번에도 위원장 인선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이해와 관련 활동이 부족했으나 위원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에 정부 눈치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인권위 관계자도 “위원장이 어떤 사람이냐는 판단에 앞서 어떤 절차를 거쳐 선임하느냐의 문제가 해결돼야 인권위의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내정자 약력: ▦충북 영동 ▦서울 신일고 ▦서울대 법학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부인 박희숙씨와 1남 1녀. 딸 이예림(33ㆍ사법연수원 40기)씨는 인천지법 판사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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