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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NLCS 등 3개 학교에서
외국 명문교와 동일 과정 수업
6년간 조기유학생 흡수로
외화 3500억원 절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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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들 국내외 명문대 진학
대학도 유치 아시아 교육허브 목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녔지만 선생님의 강의를 받아 적고 암기해야 하는 주입식 수업방식이 잘 맞지 않았어요. 고민하다 유학 대신 제주영어교육도시를 선택했고,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18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브랭섬홀 아시아(Branksome Hall AsiaㆍBHA)에서 만난 12학년(한국 고등학교 3학년) 이시은(19)양의 말이다. 이양은 올해 졸업 후 미국 아이비리그의 펜실베니아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이양은 “BHA의 수업방식은 국내 학교와 완전히 다르다”며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수시로 토론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거나, 실험과 실습을 통해 직접 지식을 체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BHA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방과 후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특별 활동 프로그램”이라며 “운동과 음악, 미술, 봉사활동 등 100여개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리더십을 비롯해 문제 해결 능력, 사회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BHA는 캐나다 112년 역사의 여학교 브랭섬홀이 운영하는 유일한 해외 캠퍼스로, 2012년 10월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BHA는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는 남녀공학, 6학년부터 12학년까지는 여학교로 운영된다.
BHA는 학교 건물부터 나뭇잎을 형상화한 독특하고 이국적인 외관이 눈에 띈다. 학교 시설들도 올림픽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규격의 수영장, 테니스장, 아이스링크, 최신식 실내체육관 등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 시각예술 수업을 융합해 교육할 수 있는 학습센터인 ‘STEM-V(Science, Technology, Math and Visual Arts)센터’는 BHA의 자랑거리다. 예를 들어 바람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 스스로가 바람으로 날 수 있는 연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연이 나는 각도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연 모양을 디자인한 후 직접 연을 만들어 내는 등 복합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해외 유학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는 브랭섬홀 아시아 외에도 영국의 명문사학인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의 첫 해외 캠퍼스인 NLCS 제주와 국내 최초의 공립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orea International School Jeju, KIS제주)가 운영 중이다. 또한 170년 전통의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T. Johnsbury Academy Jeju, SJA제주)가 올해 10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등 명실상부한 교육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제주영어도시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021년까지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일대 379만㎡에 1조7,8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국제학교를 비롯해 주거ㆍ상업시설 등까지 갖춘 인구 2만명 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는 국가프로젝트다.
지난해 9월 기준 영어교육도시 내 인구는 5,9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공동주택(1,600세대)과 단독주택(60세대)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영어교육도시 내에는 주민들의 생활서비스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영어교육도시사무소와 영어교육도시 내 영어상용화를 지원하는 교육부의 제주영어교육센터, 119센터, 치안센터가 운영되는 등 정주환경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제주국제학교들은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운영하고, 한국과 외국의 학력이 동시에 인정돼 국내외 학교로 전학하거나 진학할 수 있는 등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내국인 입학 비율 제한이 없고, 입학 자격에 대한 제한 조건도 없다. 2014년 NLCS 제주가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제주국제학교 대다수의 졸업생들이 국내외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들 국제학교의 수업료과 기숙사비를 합치면 학교ㆍ학년별로 다르지만 4,000만원에서 5,600만원에 달해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고가의 비용임에도 3개 국제학교의 학생 수는 2011년 805명에서 지난해 2,858명까지 늘었다. 이들 중 조기 유학 대신 제주를 선택한 학생들은 45%에 이른다. 해외 유학보다 제주국제학교가 비용이 저렴하고, 해외 유학이나 마찬가지의 우수한 교육을 국내에서 받을 수 있다 장점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다. 중국 등 해외 유학생도 전체 학생의 13%를 차지하는 등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기 유학생을 제주로 흡수하면서 발생한 외화 누적 절감 효과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해외 유학 비용이 1인당 7,0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외화 누적 절감 효과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 3,490억원으로 추산됐다. 또 학생 수가 3,200명으로 늘어나는 올해부터는 외화 절감 효과는 연간 1,000억원에 이르고, 영어교육도시 학생 유치 목표인 9,000명을 달성하면 연간 2,835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김두한 JDC 교육산업처장은 “제주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도시 전체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공동체를 이뤄나가는 삶의 터전”이라며 “앞으로 대학 유치 등 2단계 사업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교육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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