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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입력
2017.02.2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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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2.21

'공산당 선언'이 1848년 2월 21일 출간됐다.
'공산당 선언'이 1848년 2월 21일 출간됐다.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1848년 2월 21일 영국 런던에서 독일어 판으로 처음 출간됐다. 1848년 혁명 직전, 유럽 전역에 혁명 열기가 고조되고 있었고, 숱한 유럽인들이 난민ㆍ이민자 신분으로 신대륙으로 몰려갔다. 미국 역시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며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영토를 확장해가던 때였다. 그 바탕의 물질적 동력이 곧 부르주아 자본주의의 역동성이었다. 공산당 선언은 그 시대의 진단과 전망을 담은 글이다. 성경 같은 종교 경전을 제외한다면,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환기되는 ‘선언’의 어떤 문장들, 혹은 말쑥한 정장 차림의 마르크스의 사진에 익숙해진 탓에 시간적 착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게 지금으로부터 무려 169년 전 일이었다.

그 무렵 한반도의 조선은 철종(1831~1864 재위), 아니 안동 김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었고, 중앙ㆍ지방 지배권력의 부패와 국가 재정(삼정ㆍ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으로 삼남을 비롯 한반도 전역에서 민란이 빈발했다. ‘선언’의 영향력은 조선의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일제의 식민지가 돼가던 무렵에야 미치기 시작했지만, 그 힘은 계급문제를 포함해 민족주의가 놓치고 있던 근대적 가치를 보완하면서 결코 작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마르크스 등은 사적 변증법과 유물론의 관점에 입각, 원시 공산제에서부터 자본주의에 이르는 인류 생산양식의 변화와 특징,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과 필멸의 전망을 채 50쪽도 안 되는 ‘선언’에 담았다. 그들의 ‘선언적 유토피아’의 테제들은 19세기 자본주의의 병폐와 20세기 초 세계대전의 굴곡 속에 이런저런 해석적ㆍ실천적 변이 과정을 거치며 이 세계에 엄청난 상처와 흉터를 남겼다. 그리고 그 세계와 더불어 현실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만신창이가 됐다. 170년 전 유럽을 떠돌던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20세기의 영민한 지식인들이 추구했던 ‘선언’의 윤리적 전망은 인류의 미래와 희망의 이름으로 아직 유효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희망은,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진단 속에, ‘한 시대의 지배사상은 늘 지배계급의 사상’이라는 통찰 속에, 다만‘모든’과 ‘늘’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와 더불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건재하다 해야 할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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