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어린 생명이 부모 폭력에 희생된 지 1년여 만에 집에서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다. 가출 신고가 됐다는 이유로 학교도, 경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이 뒤늦게 학대와 사망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발생한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교육, 사법 당국의 무책임한 조치들이 확인되면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 부천소사경찰서는 3일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집에 방치한 S신학대 겸임교수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5시간 동안 부천 소사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여중생인 막내딸 이모(사망 당시 13세)양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집 작은방에 11개월간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쯤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해 이불에 덮인 채 사실상 백골 상태로 부패가 진행 중이던 이양 시신을 발견했다.
이번에도 학교와 경찰 등은 어린 폭력 희생자의 울타리가 돼주지 못했다. 이양은 지난해 3월 중학교에 입학하고 열흘 만인 12일부터 결석했다. 그런데 학교 측은 이양의 신변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결석 직후 이양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가출했다”는 답변을 들은 뒤 매뉴얼에 따라 출석독려서를 세 차례 발송한 게 전부였다. 6월엔 ‘학교 부적응으로 인한 유예처리’ 등 정원 외 아동 분류로 마무리했다. 이양의 부모에게 가출 신고를 종용하기는 했으나 가정방문을 하거나 주민센터, 경찰과의 연계 공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조치도 미진하긴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지난해 3월 31일 가출 신고 접수 후 초등학교 시절 이양의 잦은 가출 경험 진술을 근거로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양의 가출신고를 접수한 이후 경찰은 3차례 아버지 이씨를 찾아가긴 했으나 조사는 형식적이었다. 44차례 소재 수사를 했다고 밝혔으나 성과는 없었고, 이양은 사망 후 11개월이 지나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 집을 찾아가려 했으나 아버지 이씨가 직장 근처에서 보자고 해서 직접 가지는 못했다”며 “강제로 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후 뒤늦게 미귀가자 집중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1월 이양 친구로부터 폭행 증거를 목격했다는 진술을 받아 이날 오전 압수수색에 나서 이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부천=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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