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철도 지하 관정 계속 타올라
지질ㆍ가스개발 전문가들 집결
마당서 분출 난방ㆍ조리 이용 등
1975년부터 시 전역에서 발견
“매장량 적어도 화재시 큰 사고
굴착 공사 때 각별히 주의해야”
8일 경북 포항시 대잠동 폐철도부지에서 지하수 개발 중 발견된 ‘천연가스’가 연일 화제다. 굴착 도중 지하 200m에서 누출된 가스에 붙은 불은 9일에도 계속 타오르고 있다. 지질과 가스개발 전문가들이 대거 포항시로 집결했다. 과거 포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천연가스 누출 사건이 다시 회자되면서 우리나라도 가스생산국 대열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8일 포항 폐철도 공사장에서 발견된 천연가스는 지하 200m의 비교적 얕은 지층에서 분출한 것으로, 유기물이 분해된 지 오래되지 않은 생분해 가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깊은 지층 속 고온고압의 상태에서 열분해 된 천연가스와 달리 매장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에 붙은 불은 한 달 가량 타고 난 뒤 자연스레 꺼질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곳뿐 주변 지하 곳곳에 비슷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낙심할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정확한 매장량과 위치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성 여부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가스전이 도심에 있기 때문에 운반ㆍ수송비가 별로 들지 않아 경우에 따라 경제성 있는 가스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 땅 속에 경제성 있는 가스전이나 유전이 있을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1975년 12월 포항시 남구 상대동 주택가에서 1드럼(200ℓ)의 석유가 발견됐다. 당시 정부에서 극비리에 추가 탐사를 실시했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출장소가 설치된 것도 이 때문이다.
1988년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 단독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했다. 지하수를 얻으려고 땅을 뚫던 집주인은 탄산수처럼 올라오는 물이 이상하다 여겨 조사를 의뢰한 결과 천연가스로 밝혀졌다. 당시 집 주인은 수도꼭지처럼 밸브를 설치하고 가스버너에 연결, 동네 사람들과 가마솥에 요리를 해 먹거나 쇠죽을 끓이는 등의 용도로 활용했다. 2006년에는 아예 가스보일러에 연결해 난방에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전문기관 조사 결과 주변지역 지하수에 광범위하게 천연가스가 섞여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난해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와 이슈가 됐다. 경북도와 한국석유공사는 포항 앞바다에서 50㎞ 떨어진 지점에 3,600만 톤의 천연가스가 묻힌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양학동 등 여러 곳에서 지하수를 개발하는 과정에 가스가 분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일부 지역 물탱크에선 메탄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춰 포항 일대에 천연가스가 광범위하게 매장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을 따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갑작스런 천연가스 누출이 위험하지 않은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엔 작업인부가 화상을 입는 것으로 끝났지만, 폭발사고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센터 황인걸 책임연구원은 “포항 지역에 대규모 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소규모라도 이번처럼 불이 붙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폐철도 부지 일대는 물론 포항 지역 지하에 넓게 천연가스가 묻혀 있을 확률이 높아 굴착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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