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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해체 대신 발전 강조한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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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해체 대신 발전 강조한 김상조 공정위원장 내정자

입력
2017.05.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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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발탁된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삼성그룹의 후계구도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인사이다. 그의 이미지를 재벌개혁과 분리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화두 중 하나가 재벌개혁임에 비춰 그의 발탁은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 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긴장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과는 달리 최근 행보는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발언을 들으면 좀더 명확해진다. 그는 18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은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제 입에서 재벌해체란 말을 꺼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재벌은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며, 발전하도록 도와드리고 유도하는 게 재벌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 개혁은 미래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시장의 힘을 존중하되, 문제가 생길 때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우리 사회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건 분명하다. 하지만 김 내정자의 말대로 개혁대상으로 거론됐던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는 거의 다 해소됐고, 유일하게 현대자동차그룹만 이를 통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정경유착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재벌을 대변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규모를 줄이고 이름을 바꿨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상당수 기업들도 대관업무를 없애는 추세다.

기업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벤처와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이 공존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강화해야 하지만, 때로는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다. 재벌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단죄하려 들 것은 아니다. 기업 간 공존과 협력도 중요하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나 경영권 편법승계 등의 관행이나 불법 문제는 기존 법 테두리에서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공정위가 응당 해야 하는 일이다.

정작 기업 생태계가 공정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공정위 고위 퇴직자들이 로펌으로 들어가 공정위의 결정을 뒤흔드는 행태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법원에서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그래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이래서는 공정성이 확보될 수 없다. 김 내정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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