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티켓 예약한 문재인
‘지역ㆍ국민통합 정부’ 강조
안희정ㆍ이재명에 화해 제스처
“문재인 측에 기득권자 몰려든다”
안희정과 이재명의 협공에도
토론회는 거품 빠진 맥주 양상
5월9일 ‘장미대선’ 본선 티켓을 사실상 예약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30일 마지막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경선 이후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구상이라는 관측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11차 토론회에서 본선을 겨냥한 통합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문 전 대표는 “안희정ㆍ이재명ㆍ최성과 함께하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이 함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며 “영남ㆍ호남ㆍ충청ㆍ수도권 등 모든 지역에서 지지 받는 지역 통합정권이자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의 당정분리 정책은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았다. 당정일체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거듭 선언했다.
안 지사는 이에 “청와대가 당을 장악하는 기존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문 전 대표가 실질적인 총재로서 당을 지휘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나 “정책과 인사는 긴밀히 상의하겠지만, 공천이나 당의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2위 싸움’을 벌이던 안 지사와 이 시장은 휴전을 선언한 채 문 전 대표를 협공했다. 안 지사는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문 전 대표의 인사영입을 겨냥해 “반대 신념을 갖고 있던 분을 자기 세력 하에 들어오면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 한다”며 “누구를 (경선 캠프에)데려오고 흡수하는 것 보다는 정당 간의 이견을 존중하고 대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좋은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안 지사 본인도 오른쪽으로의 확장을 자랑하지 않나”며 “안 지사가 하는 것은 확장, 남이 하는 것은 야합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 역시 "국민이 바라는 것은 삶을 바꾸는 것인데 문 전 대표는 주변에 너무 많은 기득권자가 몰려 있어 무엇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이 시장은 또 "문 전 대표가 일자리 대통령이라며 81만개의 공공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는데, 공무원 일자리 17만개 외에는 사실 다른 게 없다”며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가 전체 누적득표 과반을 유지, 결선 없이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토론회는 김빠진 맥주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문 전 대표를 협공하던 안 지사와 이 시장이 서로를 치켜세우며 긴장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 시장은 “안 지사를 보면 정치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은 굳건한 신념과 소신을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안 지사도 이 시장의 기본소득 정책을 언급하며 "4차산업 혁명기에 기본 소득제 검토 배경에 동의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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