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스포츠를 자처하는 혼다 어코드 2.0 터보를 시승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장착한 또 다른 어코드, 혼다 어코드 1.5 터보 사양을 시승하게 되었다.
혼다 어코드 1.5 터보는 이전까지 어코드의 엔트리 라인업을 담당하고 북미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혼다 어코드 2.4’의 뒤를 잇는 사양으로 마치 각각 1.6L 터보 엔진과 1.5L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국내 다운사이징 터보 시장을 개척했던 르노삼성 SM6 TCe와 쉐보레 올 뉴 말리부 1.5 터보를 보는 기분이다.
혼다가 만든 다운사이징 중형 세단, ‘혼다 어코드 1.5 터보’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2년 전, 그리고 2018년의 어코드
사실 2년 전, 이번 시승기와 유사한 ‘내가 어코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시승기를 쓴 기억이 있다. 지금 보면 오그라드는 표현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페이스 리프트와 상품성 개선을 거쳐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세단의 여유를 모두 담았던 어코드라는 존재는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018년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10세대 어코드는 이전의 어코드와 사뭇 다른 모습과 또 다른 경쟁력을 품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속에서도 2년 전 시승을 하면 느꼈던 ‘사랑스러운 어코드’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렇다. 어코드는 여전하다.
중형 세단에 여유를 담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한 때 어코드는 전장만 5m가 넘어가는 거대한 체격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9세대에 이르러 체격을 조금 더 컴팩트하게 다듬고 패키징을 통해 공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이번 10세대 혼다 어코드 역시 그러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다.
기존 9세대와 같은 4,890mm의 전장를 갖췄고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60mm와 1,450mm로 경쟁 차량들과 비교하더라도 평이한 수준이다. 대신 휠베이스는 기존의 2,775mm에서 2,830mm으로 늘려 캐빈의 여유를 확보했다. 한편 공차중량은 상당히 가벼운 편인데 1,465kg에 불과하다.
익스트림 H, 혼다를 통일하다
혼다 어코드는 여전히 넉넉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전의 어코드 보다 한층 날렵하고 스포티한 느낌이 강조된 느낌이다. 특히 강인하게 다듬은 전면 디자인이나 날렵한 곡선으로 디자인된 측면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런 디자인 덕분일까? 어코드의 시승 행사 때 만난 ‘레드 컬러’의 어코드도 상당히 멋스럽게 느껴졌다.
혼다는 9세대 어코드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부터 프론트 그릴에 크롬 바를 더하는 ‘익스트림 H’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후 등장한 차량들 역시 이러한 디자인을 반영했지만 어딘가 소심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2018년, 새롭게 등장한 혼다 어코드는 완전히 익스트림 H가 중심이 되는 디자인을 완벽히 구현한 모습이다.
어코드는 물론이고 최근 등장한 혼다의 플래그십 모터사이클, 골드윙 역시 그랬으며 어코드 이전에 데뷔한 시빅 역시 익스트림 H 디자인이 강조되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냈다. 덕분에 어코드의 디자인은 누가 보더라도 혼다의 감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측면의 디자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금까지의 어코드는 4도어 세단의 감성을 강조한 ‘살롱’의 감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어코드는 C 필러를 마치 트렁크 부분까지 길게 잡아 당기는 4도어 쿠페, 혹은 패스트백 스타일로 다듬었다. 이를 통해 어코드는 더욱 세련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갖게 되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역시 후면 디자인이다. 디자인에 있어서 파일럿, 시빅, CR-V와 같이 ‘C’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해 브랜드의 통일성을 추구했지만 결과적인 매력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듀얼 머플러 팁을 통해 스포티한 감성을 연출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여유로운 중형 세단의 감성
9세대 어코드의 경우 센터페시아에 두 개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한 실내 공간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신형 어코드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하나로 줄이고 어코드 고유의 넉넉한 여유를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깔끔한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3-스포크 스티어링 휠 그리고 디지털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한 계기판, 간결하게 다듬어진 컨트롤 패널 등을 더해 만족감을 높였다.
소재 자체가 아주 고급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만족감이 높은 우드 패널을 더했다. 이외에도 손이나 탑승자의 몸이 접촉되는 부분은 결코 플라스틱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가죽 등의 소재를 씌운 것 역시 긍정적으로 해석될 부분이다.
하나로 통합된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하드 타입의 버튼과 깔끔한 해상도를 통해 우수한 사용성을 보장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패널의 사용성 부분에서도 이전의 어코드 대비 한층 개선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과 다이얼 역시 사용감이 상당히 우수해 만족감을 높인다.
어코드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여유롭고 만족스럽다. 1열 시트의 경우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지지해주는 넉넉한 크기, 풍부한 쿠션을 갖췄다. 역시 미국 시장을 고려한 구성이다. 게다가 여느 중형 세단들과 비교하더라도 상당히 낮은 시트포지션과 깊은 레그룸, 낮은 시트 포지션을 기반으로 하는 넉넉한 헤드룸 등이 마련되어 실내 공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2열 공간은 어코드의 혜택과 같다. 실제 1열 공간에 체격이 큰 남성이 앉더라도 2열 공간의 탑승자는 여유로운 레그룸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시트의 쿠션감도 상당히 우수하고 헤드룸도 무척 넉넉하다. 이와 함께 유아용 카시트 체결도 손쉬워 사용의 만족감이 높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1열, 2열 시트에 통풍 기능이 없는 점이다.
트렁크 공간 역시 어코드의 큰 무기 중 하나다. 실제 473L의 적재 공간은 동급의 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트렁크 게이트의 개방감이 우수한 점과 2열 시트를 손 쉽게 폴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어 활용성 부분에서는 아무런 아쉬움이 없을 정도다.
출력과 효율을 모두 잡은 파워트레인
외관과 실내 공간을 살펴보면 신형 어코드는 일부 원가절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얻은 ‘투자의 여유’는 고스란히 파워트레인에 투자된 모습이다. 실제 어코드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94마력과 26.5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1.5L VTEC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CR-V 터보와 국내엔 판매되지 않고 있는 ‘시빅 터보’ 등에서 이미 우수성을 인정 받은 엔진이다. 여기에 7단 수동 기어비를 제공하는 CVT가 조합되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동급 최고 수준인 13.9km/L의 공인 복합 연비를 뽐내 출력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완벽히 잡아냈다.
어코드, 어코드를 뛰어넘다.
혼다 어코드는 과거부터 중형 세단 중 드라이빙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최고의 차량으로 평가 받아왔다. 그래서 그럴까? 어코드의 경쟁 상대는 어쩌면 어코드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시승에 대한 총평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혼다 어코드 역시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를 갖췄다는 평가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낮은 시트 포지션에 만족하며 드라이빙 포지션을 잡고 시동을 거니 1.5L 터보 엔진이 제법 정숙한 매력을 뽐냈다. 어코드에 새롭게 적용된 1.5L 터보 엔진이 과연 어떤 매력을 뽐내게 될지 기대를 하며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기존의 2.4L 엔진 대비 마력과 토크를 모두 끌어 올린 1.5L 터보 엔진은 ‘굳이 2.0L 터보 스포츠사양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가속력을 뽐낸다. 물론 2.0L 터보 스포츠만큼 폭발적이고 강력한 펀치력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발진부터 가속, 그리고 고속 그 이상의 영역까지 쉼 없이 가속하는 그 느낌이 상당히 큰 매력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VTEC의 반응이나 터보 엔진의 거친 느낌 없이 부드럽고 꾸준하게 출력이 이어지는 편이라 운전자로 하여금 더욱 만족스러운 느낌을 들게 한다. 이러한 매력의 원동력은 역시 1.5톤이 되지 않는 가벼움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속 영역에서 정숙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고속 주행 시 보닛과 사이드 미러의 진동이 다소 큰 편이라는 것이다.
시승을 하며 제원을 제대로 살펴보기 전까지 혼다 어코드 1.5 터보에 CVT가 적용되었음을 까먹고 있었다. 아니 CVT라고 의식하더라도 CVT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모습이었다. CVT 고유의 RPM을 유지하여 출력을 전개하는 특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운전자의 엑셀레이터 페달에 맞춰 RPM을 상승시키는 모습이었다.
다운 시프트의 경우 조금 느리긴 했지만 일상적인 드라이빙에서는 기본적인 변속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었고 수동 기어비를 7개로 나눠 CVT가 기대할 수 있는 우수한 효율성을 구현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스포츠 모드에서는 RPM을 풍부히 사용하며 운전자를 미소 짓게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차량의 움직임은 감히 중형 세단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의 어코드는 경쾌한 조향에 따라 가볍게 중량을 이동시키면서 민첩한 핸들링을 느끼게 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가벼움’이 아쉬운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어코드는 그런 가벼움과 민첩함에 무게감이이라는 여유를 더했다.
덕분에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한층 능숙하게 걸러내 운전자가 주행 상황에 따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주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조향 시 손 끝으로 전해지는 기계적인 체결감도 상당히 우수해 다루는 즐거움까지 누리게 했다.
단 한 가지 아쉬움, 타이어
웃기게도 어코드를 시승하면서 아쉬움으로 느껴진 부분은 딱 하나, 바로 타이어였다. 효율성을 신경 쓴 어코드 1.5 터보 사양에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에너지 세이빙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그래서 그럴까? 어코드가 선보이는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을 간혹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운전자를 진정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타이어 조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어코드 1.5 터보를 구매한다면 곧바로 타이어부터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점: 완벽에 가까운 드라이빙, 어코드 고유의 넉넉한 여유
아쉬운점: 효율 지향의 타이어 선택
어코드를 뛰어넘은 어코드의 등장
새로운 어코드는 말 그대로 어코드를 뛰어 넘었다. 상위 트림에 비해 혼다 센싱의 부재가 조금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코드 1.5 터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정말 매력적이고 만족스럽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현존하는 일본산 세단 중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또 파사트 GT는 물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유럽의 중형 세단들과 직접 비교를 하더라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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