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등록 : 2017.02.25 09:30

[인물 360˚] 너무도 완벽한 대통령의 변호인들

김평우, 서석구, 유영하 변호사

등록 : 2017.02.25 09:30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유영하ㆍ김평우ㆍ서석구 변호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십년 간 한길만 올곧게 걸어온 당신.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던 중 갑자기 사기꾼이라며 고소를 당했다.

거기에 뇌물죄와 직권남용ㆍ강요죄 등 각종 혐의까지… 재판에서 승소하지 않는 이상 살아날 길이 없는데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다행히 당신은 훌륭한 변호사들을 추천 받았다. 서울대 법대 출신 천재, 갈 곳 없는 운동권 인사들을 변호해주던 정의로운 변호사, 정계 인맥 넓은 마당발까지. 게다가 모두 ‘전관 변호사’라니, 대한민국 법조계에서 이만한 인재들이 어디 있으랴. 이제 이들의 프로필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지낸 ‘천재’ 변호사, 김평우

김평우 변호사가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인 22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변론을 끝내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변호사 2만명 시대라지만 이런 스펙을 가진 사람은 찾기 어렵다. 경기고-서울대를 졸업해 제45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까지 지낸 원로 김평우(72) 변호사 얘기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다 읊기도 어렵다. 1967년 제8회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를 하다가 미국으로 떠나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한 뒤 국제변호사가 됐다. 이후 귀국해선 1982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00년 현대증권 부사장, 2006년엔 서강대 법학대학 교수까지 두루 거쳤다.

집안배경 또한 남다르다. 한국문학의 거목인 소설가 김동리가 그의 아버지다. 판사시절 만나 결혼한 부인은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 창립 멤버이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김명희씨다. 지적인 분위기가 폴폴 풍기는 집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변호사로서 그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몸을 사리지 않는 적극적인 변론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변론기일 이던 지난 20일, 재판을 마치기 직전 김 변호사는 벌떡 일어나 “잠깐만요, 제가 말씀 드릴게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겠는데 그럴 시간을 좀 주실 수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병인 당뇨에도 불구하고 변론의 의지를 밝힌 것.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그러시면 다음 번에 하시는 걸로 하고 오늘 변론은 마치겠다”고 하자 그는 강한 의지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해요? 12시에 변론 끝내야 한다는 법칙 있습니까?”라고 외치기까지 했다.

소설가의 아들답게 표현력도 남다르다. 22일 탄핵심판 16차 변론 에선 그 능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집회ㆍ태극기 집회가 전면 충돌해 서울 아스팔트길 전부 피와 눈물로 덮일 것”이라는 수사적 표현을 썼다. 나아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국회를 향해 “국회가 ‘섞어찌개’ 범죄를 만들어 박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다”는 서민적 표현까지 써가며 열띤 변론을 펼쳤다.

‘부림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무죄 판결의 주인공, 서석구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스펙도 좋지만 법조인이라면 응당 정의로워야 하지 않을까. 서석구(73) 변호사야말로 정의 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일 것이다.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제 13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서 변호사는 대구 목포 부산 등을 돌며 오랫동안 판사 생활을 해온 베테랑 전관이다. 특히 그는 1982년 ‘부림사건’ 재판 당시 피고인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부림사건이 무엇인가. 전두환 정권이 1981년 부산지역 학생ㆍ교사 등 22명에게 “불온서적을 읽고 이적활동을 했다”며 영장 없이 체포해 고문한 사건 아닌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변호인’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당시 분위기상 정권에 반한 판결을 내리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서 변호사의 당시 판결은 화제가 됐다. 그가 재판 이후 진주지법으로 발령 나자 좌천이라는 말도 나왔다. 결국 그는 1년 후인 법복을 벗고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는데, 개업 이후에도 한동안은 시국사범들을 주로 변호한다.

이쯤 되니 서 변호사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2014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10여 년 간 운동권 인사들을 변호하며 “이들이 너무 북한 쪽에 치우쳤다”는 생각에 “자유민주주의와 북한 인권을 위해 투쟁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다. 이후 그는 보수인사들의 변호를 도맡게 되니, 2013년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이라며 비난하는 트위터를 날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정미홍 전 아나운서 변론이 대표적이다.

정의로운 그에게도 약점은 있다. 정 전 아나운서 변론 당시 ‘막말 답변서’를 제출해 대한변협으로부터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 그의 답변서에는 “이 시장은 친형에게 정신병자라 욕을 하고 조카에게 협박전화를 걸어 공부를 방해하는 등 도덕불감증을 가진 사람”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다 저지른 실수에 불과하다. 노장인 서 변호사는 지금도 탄핵심판에서 온 몸을 던져 성심껏 변론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탄핵심판 13차 변론 때는 가방에 태극기를 챙겨와 방청객에게 펼쳐 보였다. 탄핵심판 초기였던 지난달 5일 2차 변론기일 때는 “최순실게이트 보도와 촛불집회의 배후에 주체사상을 따르는 ‘불순한 세력’이 있다”며 전혀 예상치 못한 주장을 펼쳐 헌법재판관들의 허를 찔렀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의견만 진술해 달라” 고 했지만 꿋꿋이 버티며 변론을 멈추지 않은 근성도 남다르다.

정계 인맥은 확실하지, 유영하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번 후보는 좀 약하다. 검사출신 전관이지만 김 변호사나 서 변호사에 비하면 스펙이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50대의 젊은 나이라는 점, 정치에 몸 담아 정계 인맥이 좋다는 점이 장점이다. 유영하(55) 변호사 얘기다.

1992년 서른 살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유 변호사는 2004년까지 검사로 활동한다. 하지만 인천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나이트클럽 사장으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아 법무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뒤론 검사 자리에서 사임하고 변호사로 개업한다. 재미있는 건 그가 인천지검에 근무하기 2년 전인 1998년 모범 검사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변호사가 된 직후부터 그는 제17대 총선에 한나라당 경기 군포시 후보로 출마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한나라당 정치발전위원,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당내 핵심 인사가 된다. 2007년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법률참모가 되는 등 박 대통령의 측근이자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과의 인맥까지 두텁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특징은 인권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2014년 새누리당 지명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됐다. 지명 당시 그가 2009년 ‘군포 여중생 성폭력 사건’의 집단성폭력 가해자들을 변론하고 당시 피해자를 비난해 2차 가해를 했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간절히 원했던 덕분일까, 우주의 도움으로 그는 인권위원이 됐다. 이후 유 변호사는 인권위가 유엔 자유권 규약위원회에 제출하는 정보에 세월호ㆍ통합진보당 해산ㆍ성소수자 혐오 등 28개 쟁점을 삭제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등 매우 독창적인 활동을 펼쳤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직후에도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사생활을 고려해달라” 며 그의 인권을 몹시 살피는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제13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자신이 쓴 저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변호인이 무엇보다도 대단한 점은 자신이 변호하는 인물에 대한 깊고 투철한 믿음이 있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는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진 후 직접 인터넷 매체에 탄핵 반대 칼럼을 기고했고, 지난달엔 ‘탄핵을 탄핵한다’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탄핵심판 준비에도 바쁜 와중에 주말마다 탄핵반대 집회에 나가 태극기를 흔든다. 유 변호사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박 대통령을 위해 수임료 500만원만 받고 변호에 나섰다. 이처럼 피소추인을 믿어주고 발벗고 나서는 변호사들, 어찌 든든하지 않으랴.

하지만 이들과 함께 재판에 임하기에 앞서 당신 스스로 그 동안의 행동을 한번 솔직하게 돌아보길 바란다. 정말 잘못이 없을까, 당신의 ‘선의’가 정말 모두를 위한 일이었을까. 혹시 너무 소수의 입장에만 귀 기울인 건 아닐까. 잘못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순수’를 조금이라도 인정받는 길일 것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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