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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일당 대면조사도, 버려진 USB 수색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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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일당 대면조사도, 버려진 USB 수색도 안 했다

입력
2018.04.20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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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3주 동안 부르지 않아

영장 신청 때까지 사실상 방치

드루킹 일당도 구속 후 조사 거의 안 해

변기에 버린 USB 오리무중

댓글 조작 증거물 확보 소극적

“정권 눈치보기 수사” 지적도

김성태(왼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19일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주민청장과 면담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김성태(왼쪽 두번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해 19일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주민청장과 면담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민주당원 댓글 조작 주범인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와 연루 의혹을 받아온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특검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경찰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수사팀 내부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실세 정치인이 관여되면서 한없이 초라해졌던 수사 행보에 비춰 보면 딱히 할말이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찰의 소극적이다 못해 수사 기본조차 무시하는 듯한 잇단 행보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의자 대면조사. 경찰은 18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핵심 피의자 박모(31·필명 서유기)씨에 대해 지난달 말 이후 3주 가까이 대면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 김씨를 포함, 일당 3명을 지난달 22일 체포해 사흘 뒤인 25일 구속한 뒤 박씨와 또 다른 공범 한 명을 입건해 조사해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 사실상 초기에 몇 차례 불러 조사한 것 말고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까지 이들 핵심 피의자를 방치해 뒀다는 얘기다. 이 사이 박씨는 댓글조작의 진원지인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로 다시 가 각종 서류를 옮기는 등 증거 인멸을 하는데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초기 조사는 당연한 것이고 압수물 등을 분석하면서 나오는 결과를 가지고 확인 및 추가 진술을 받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부실 수사 흔적은 박씨에게만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구속해 재판에 넘긴 주범 김씨에 대해서도 구속된 25일 이후 대면조사를 하지 않다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난 17일에서야 조사를 했다.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구치소로 접견을 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가장 시급한 건 압수물 분석’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주범 입을 여는 시도를 소홀히 한 것이다.

이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경찰의 소극적인 자세를 두고 ‘괜히 조사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진술이 나올 것을 사전에 회피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선 경찰서 한 간부조차 “구속을 한다는 건 당연히 증거인멸 우려 등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수사 효율성을 위한 측면도 존재한다”며 “구금 상태의 피의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검찰에 송치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경찰은 김 의원 관련 자료를 뒤늦게 검찰에 제출한 사실 등으로 정권 눈치 보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터다.

여기에다 핵심 증거물을 마냥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2일 경찰이 느릅나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씨 일당은 ‘USB’를 급히 변기에 버렸지만 경찰이 증거물 획득을 위한 사후 조치를 취한 흔적은 없다. 급박한 상황에서 내다버린 USB에는 댓글 조작 조직원이나 활동 상황 전반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지만, 변기 하수구를 샅샅이 뒤지는 등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여전히 ‘시급한 순서대로 사건 전반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피의자들의 임의제출로 받은 30여 개 계좌를 순차적으로 분석 중이며 또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폰 170여개 중 검찰에 보냈던 133개를 돌려받아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 수사로 의혹이 사실 무근임이 드러날 것’이라는 김 의원이 입장을 급선회, 특검 조사를 언급한 이상, 경찰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게 됐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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