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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문고 로봇반의 구슬땀 "로봇에 꿈 담고 대학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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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문고 로봇반의 구슬땀 "로봇에 꿈 담고 대학도 가요"

입력
2015.07.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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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상문고 과학실에서 이 학교 로봇반 2학년 학생들과 박선철(왼쪽에서 두 번째) 교사가 시험 조립한 로봇의 설계도를 수정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8일 서울 상문고 과학실에서 이 학교 로봇반 2학년 학생들과 박선철(왼쪽에서 두 번째) 교사가 시험 조립한 로봇의 설계도를 수정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토요일인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상문고 과학실. 10명의 학생들이 노트북 컴퓨터로 저마다 구상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머리, 팔, 다리가 될 부품의 설계 도면을 살피며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언맨’을 콘셉트로 한 빨간 로봇을 책상 위에 올려둔 2학년 김대환(17)군은 “(부품을 조립해 보니) 완전히 서지 못해 설계를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문고는 과학고ㆍ마이스터고와 같은 특수목적고가 아닌 일반고다. 그러나 로봇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한 학년에 10명 내외로 선발하는 ‘로봇반’에서는 취미를 넘어 전문가 수준의 수업이 진행된다. 2년간 회로 및 모터제어, 프레임 설계 방법을 배워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로봇을 만들어본다. 이를 위해 과학실에는 12대의 3D 프린터가 마련됐고 학생들은 전문 설계 프로그램인 3D 캐드를 배운다. 이날도 학생들은 자신이 구상해 3D 프린터로 뽑은 부품을 조립해 본 뒤 무게 중심 등의 조건을 다시 계산해 설계도를 고치는 중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유년시절부터 로봇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로봇 중독자’들이다. 상문고 로봇반의 또다른 장점은 진로 고민까지 로봇으로 풀어내는 데 있다. 2학년 박찬근(17)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청 주최 로봇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로봇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 과학고 진학을 원했지만 성적이 부족했다. 우연히 상문고 로봇반을 알게 된 박군은 부모를 졸라 1년 전 학교 근처로 이사해 전학 왔다. 박군은 “기성품으로 나온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라 로봇을 설계하는 법을 직접 배우고 3D 프린터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우리 학교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 정식 개설된 로봇반은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공부 효과를 극대화해 첫 해 세계로봇올림피아드에서 창작부문 1위, 휴머노이드 부문 2위를 거머쥐었다. 로봇 특기가 인정되면서 대학 진학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내신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이 서울소재 4년제 대학에 전 학년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고, 수능 점수만으론 지원이 힘들었을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도 있다.

올해 상문고를 졸업한 지민석(19)군은 과학인재전형으로 고려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내신은 평균 수준인 4등급 대로 일반 전형으로는 합격이 어려웠지만 로봇반 경험이 도움 됐다. 지군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친구들과 로봇관련 경험을 한 게 많아 면접 때 꿈과 비전, 기계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성과 뒤에는 교사들의 노력과 땀이 있었다. 휴일인 토요일을 반납한 것은 물론 수업을 해줄 외부 전문가를 찾아 로봇협회, 대학들을 탐방하며 강사와 설비도 직접 들여왔다. 3년째 로봇반을 이끄는 박선철 물리 교사는 “재능이 있으면 내신 3~4등급인 학생도 1~2등급 학생들이 가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특성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남준희 과학부장교사도 “일반고에서도 재능을 찾아 진학하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 2학기부터는 영상예술반도 개설한다고 소개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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