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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방 창시자’ 이경규가 정글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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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방 창시자’ 이경규가 정글에 간 이유

입력
2017.05.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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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경규가 18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했다. SBS 제공
개그맨 이경규가 18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했다. SBS 제공

“자연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걸 제가 보여드리지요.”

누워서 방송하는 ‘눕방’의 창시자이자 녹화시간이 짧기로 방송가에 유명한 ‘예능 대부’ 이경규가 사서 고생한다는 정글로 향했다. 3개월에 걸친 제작진의 삼고초려에 ‘편안한 방송’을 추구하던 신념도 내려놓고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에 승선했다. 38년 예능 인생 최대의 도전이었다.

18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경규는 “선배라는 존재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 후배들이 느끼면서 자연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출연 의도였다”며 “아주 충분히 깨닫게 한 것 같아 통쾌하다”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19일 첫 방송되는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은 뉴질랜드 북섬의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 1,000㎞를 종단하는 대장정이었다. 연출자 민선홍 PD는 “정글과는 접점이 전혀 없는 인물이 함께하면 새로운 정글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섭외하게 됐다”며 “이경규라는 큰 장애물을 만났을 때의 정글 생존기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경규의 위악적인 너스레에 후배들도 화답했다. ‘족장’ 김병만은 “이경규 선배가 출연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부터 긴장했다”며 “어찌나 긴장했는지 촬영하면서 피곤함을 못 느낄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피곤함을 못 느낀다”고 말해 현장에 웃음꽃이 폈다. 김병만은 또 “어떻게 즐겁게 해드릴까 고민하느라 힘들었지만, 선배가 하늘의 별을 보며 좋아할 때는 뿌듯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경규의 ‘수발’ 담당은 김환 SBS 아나운서였다. 4월의 어느 금요일 아침 9시에 출근했더니 아나운서 실장이 “내일 ‘정글의 법칙’ 출국이니 지금 당장 퇴근하라”고 등을 떠밀어 얼떨결에 여행짐을 쌌다. 뉴질랜드행 비행기에서부터 촬영 내내 이경규를 보필했고 비박을 할 때도 옆자리에서 잤다. 김환은 “다들 이경규 선배 앞에서 발발 떨었는데 내가 강한 정신력으로 끝까지 모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복병은 이경규가 아니라 날씨였다. 폭풍우가 몰아쳐 호되게 위기를 겪었다. ‘정글의 법칙’ 출연이 9번째라는 가수 강남은 “역대급으로 힘들었다. 다시는 뉴질랜드에 가고 싶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고, 20년간 뉴질랜드에 살았다는 래퍼 마이크로닷도 “뉴질랜드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했다.

젊은 후배들도 이러할진대 이경규는 어떠했으랴. 그는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시작할 때부터 화가 났다.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리얼해서 정말 힘이 들었다. 4박 5일간 머물렀는데 집에 돌아오는 날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또 “한 번은 추억이지만 두 번째는 지옥일 것 같다”며 “다시는 안 간다”고 못 박았다.

올해 나이 57세인 이경규는 ‘정글의 법칙’ 역대 최고령 출연자다. 쉽지 않은 출연 결심을 한 데는 진짜 속내가 있었다. 이경규는 “내가 여러 지병을 앓고 있는데 정글에서 잘 견뎌내고 적응할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이를 먹으면 즐거운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젊은 후배들은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하지 않나. 정글에 가서 어릴 적 산으로 들판으로 뛰어다니던 기억이 나면서 동심을 되찾았다. 정신적으로 힐링이 됐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이경규는 마지막으로 “후배들의 사랑을 느끼며 정말 행복했다”며 “다시 안 가겠다는 건 농담이고 또 기회가 된다면 가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18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출연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SBS 제공
18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정글의 법칙 와일드 뉴질랜드' 편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출연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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