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많고 공범 대부분 구속
증거인멸 가능성도 배제 못 해
21일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기정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범행 대부분에 공범 관계라고 밝힌 점에서 이날 조사로 혐의를 벗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져 자연인이 된 그를 기소하는 데 이제는 법적 장애물도 전혀 없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검찰이 ‘구속 수사’라는 초강수를 두느냐이다. 검찰의 공식 입장은 “아직 결정된 건 없다”는 쪽이지만, 수사팀 내부에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류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가 너무나 많고 중대하다. 검찰의 1차 수사로 드러난 혐의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 지시 등 9개였고, 특검 수사에서도 ▦삼성그룹 뇌물 수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적용 지시 등 5개 혐의가 새로 밝혀졌다. 뇌물 수수액만 433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공범들이 구속된 점도 고려사항이다. 최씨뿐 아니라 대통령 지시를 따랐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청와대 2인자였던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모두 구속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뇌물공여자인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기소된 마당에 형량이 훨씬 높은 뇌물수수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요컨대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사실도 영장 청구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법하다. 도주 우려는 없지만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로 방치하면 관련자들과 입을 맞추거나 물증을 없애는 등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했던 전례도 검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나 지지세력의 반발에 따른 국론분열 지속 가능성, 대선정국에 미칠 영향이 변수다. 만약 ‘불구속 기소’ 결론을 내린다면 정치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검찰 내부적으로 이번 기회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 ‘정치 검찰’ 비판을 불식시키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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