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78년 관측 이래 최강 지진
서울 등 전국서 진동… 日서도 감지
3만7000여건 신고ㆍ2명 부상
월성원전 1~4호기 수동 정지도
여진 90여차례…당분간 이어질 듯
12일 저녁 경북 경주시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한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7월 초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여 만에 큰 지진이 일어나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2분 54초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본진)이 발생했다. 앞서 오후 7시 44분 32초에는 본진의 진앙에서 1㎞ 떨어진 곳에서 규모 5.1의 지진(전진) 일어났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즉시 단층면 분석을 통해 지진 발생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단층이 정단층인지 역단층인지 등에 따라서 발생 원인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원인 분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흘 전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인공지진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진에 뒤이어 이날 자정까지 규모 2.0~5.0의 지진이 91회 발생했으며, 당분간 여진이 잇따를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다만 규모 5.0이 넘는 큰 지진이 다시 일어날 확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또 “이번 지진으로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밤 경주 지역에 위치한 월성원전 1~4호기를 정지시켰다. 신월성 1,2호기는 정상 가동 중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은 규모 6.5~7.0의 지진까지 내진설계가 돼 있지만 일부 지진계측값이 기준치를 넘어 매뉴얼에 따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30분 기준 경주 지역에서 가벼운 부상자 2명이 발생했고, 건물 균열, TV 엎어짐 등 경미한 재산피해 34건이 신고됐다.
이날 지진으로 부산과 울산 등 진앙지 인근 주민들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력한 진동에 공포에 빠졌다. 고층 건물에 사는 주민들은 바깥으로 뛰어 나오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지진은 수도권에서도 감지될 만큼 위력이 강했다. 오후 9시까지 서울 종합방재센터에만 지진 문의 전화가 1,400여통 걸리는 등 전국적으로 지진감지 신고가 3만7,267건이 집계됐다. 통신 케이블이 흔들리면서 전국적으로 휴대폰 통화와 인터넷이 일시적으로 먹통이 됐다. 유용규 과장은 “이번 지진은 지진 파형이 크기 때문에 남한 전지역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지진은 한국과 인접한 일본 후쿠오카현과 나가사키현 등에서도 감지됐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오후 8시2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 관계부처들이 대책논의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 정부에 철저한 대응을 지시하고,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국가 주요시설의 안전 확보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규모 5.8의 이날 지진은 1978년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으로, 이전까지 가장 최대 규모 지진은 1980년 1월 평안북도 서부에서 발생한 규모 5.3이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단 7차례뿐이었다. 지난 7월 울산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도 규모 5.0이었다. 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보다 멀리 보면 16, 17세기에 7.5 규모에 가까운 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있다. 이런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는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지만 400~500년에 한번씩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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