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ㆍ각료 잇따른 실수에도
지지율 50%대 고공행진에 고무
국회서 야당이 국정 추궁하자
아베가 거꾸로 野의원 핀잔까지
“과한 자신감이 실수 부를 수 있어”
보선 앞두고 자민당 내부 경계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각료나 자민당 의원들의 실수가 잇따르는데 대해 일본 여권 내부의 경계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핵심 경제각료가 뇌물스캔들로 낙마했음에도 50%대 지지율이 유지되는 현상이 배경이란 자체 진단이다. 그러나 정작 해이해진 기강의 원인은 자만심에 넘쳐 공격적 언행도 불사하는 아베 총리란 지적이 나온다.
올 여름 참의원선거에 사활을 건 자민당에겐 전초전격인 4월 홋카이도(北海道) 5구 보궐선거가 당장 넘어야 할 관문이다. 그런데 최근 ‘남성 육아휴직 선언’후 불륜 문제로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 중의원이 사퇴해 교토(京都) 3구 보궐선거가 돌출하면서 선거전략 재검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은 14일 후지TV에 출연해 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며 의원직을 사퇴한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 중의원과 관련 “사죄 이외엔 방법이 없다, 젊은 의원들이 많아 당내 교육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며 인재교육 재검토를 언급했다.
특히 미조테 겐세이(溝手顯正) 당 참의원회장이 여성탤런트와 불륜을 시인한 미야자키 의원을 “오히려 부러워해야 할 사람이 아닌가”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자민당이 그런 체질이라고 국민이 오해하도록 해선 안 된다”고 심각성을 우려했다. 당 간부들 사이에선 “자민당 압승 선거만 치러본 세대가 고생을 몰라 긴장감이 없다”는 걱정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런데 집권당이 ‘여론에 무뎌진’행태를 보이는 근본원인이 아베 총리의 자만심에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정전반을 주로 야당이 추궁하는 국회에서 거꾸로 총리가 야당의원을 몰아세우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최근 사임한 측근 각료가 업자로부터 받은 자금이 정책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받자 “영향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하라” “나는 없는 것을 없다고 한다”고 다그치는가 하면, 4일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민주당 의원과 개헌문제를 주고받을 땐 “민주당에서 개헌초안을 한번 내 보라”고 짜증 섞인 말투로 핀잔까지 줬다.
유신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조정 질문을 하자 “(질문이 오직 정수삭감을)할 것인지 말 것인지 뿐이냐”라며 되묻고, 10일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장관의 ‘방송통제’ 발언을 추궁 받자 “총무장관에 물어보라, 총무장관과의 논쟁을 싫어하기 때문이냐”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풍경들에 대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아베 총리가 ‘반문’을 통해 공수의 입장을 역전시키는데 능숙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베 총리의 답변 억양, 상대와의 눈 맞추기, 팔 흔드는 모습 등에서 강력한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니혼(日本)대 사토 아야코(佐藤綾子) 교수는 총리의 답변태도에 대해 “상대 의원을 라이벌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시청자에게 전달되고 만다”고 말했다. 과도한 자신감이 결정적인 실언으로 이러질 경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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