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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호남홀대론의 함정

입력
2017.09.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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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은 국민의당 판이었다. 광주와 전남북의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이런 돌풍의 근원은 호남지역에서 과도하게 부풀려진 반문재인 정서였다. 국민의당은 이 지역 반문정서의 최대 수혜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전후로 호남의 기류가 전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호남에서 90%대를 유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어느 지역보다 높다. 그 바람에 국민의당은 정의당과 바른정당에도 뒤처졌다.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일어선 국민의당의 기막힌 추락이다.

▦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불씨를 지피는 호남홀대론은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안 대표는 8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도중 “호남고속철 예산 3,000억원을 신청했지만 95%가 삭감됐다”며 문재인 정부의 호남 SOC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영남 지역에는 지자체가 신청하지도 않은 SOC예산이 배정됐다며 영호남 지역차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전북 출신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12일 전북을 방문해서는 새만금 관련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 하지만 안 대표의 호남 SOC예산 차별 주장들에는 허점이 많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호남지역 SOC예산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 분야 예산 증가로 호남뿐만 아니라 전체 SOC예산이 23% 줄었다. 오히려 호남은 16% 줄어 영남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삭감 폭이 작은 편이다. 영남지역에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은 예산이 배정됐다는 것도 진실과 거리가 멀다.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더라도 중앙정부가 해당지역의 공사단계를 고려해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민주당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멀어진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사실과 전혀 다른 호남홀대론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복지를 우선하면서 SOC예산이 줄었다며 재정 설계 오류를 비판한다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특정 팩트를 부각시켜 호남차별, 호남홀대론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망국적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는 위험한 불장난이다. 때 이르게 정치 1선에 복귀한 안 대표가 호남홀대론을 앞세워 호남민심에 호소하는 것은 성공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한때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호남 민심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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